'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고용 한파가 대기업까지 덮치고 있다.
전 세계 이동이 제한되며 일찌감치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항공·여행업 종사자부터 자동차·정유 산업 등 무역 의존도가 높은 대기업들 직원까지 실업 공포에 떨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항공뿐 아니라 중공업, 화학, 자동차 등 전 산업에서 수천 명 규모의 인력 감축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M&A)무산으로 605명에게 희망퇴직을 통보한 이스타항공에 이어 HDC현대산업개발이 손을 뗀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그리고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와 대한항공 역시 인력 구조조정 태풍에서 벗어나 있지 않은 처지다.
자동차 산업 역시 신차 수요 감소로 이미 부품사들이 인력 축소에 나섰으며, 정유업계 역시 석유 수요가 줄며 적자를 기록하자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직접적인 코로나19 영향을 받지 않은 디스플레이 등의 업종 역시 코로나19로 신사업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면서 사업 구조조정을 시행, 인력 재배치와 희망퇴직 등을 진행했다.
코로나19발(發) 위기가 장기화할수록 대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30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 및 임금에 대한 기업 인식 조사’ 결과, 참여기업의 40.5%가 고용조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인원을 감축한 기업은 9.0%에 불과하고 대다수 기업이 근로시간 조정이나 휴업·휴직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거나 별다른 조정 조치 없이 고용 부담을 떠안고 있다. 결국, 버틸 때까지 버틴 기업들은 최악의 경우 인력 구조조정을 최후의 수단으로 꺼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거나 정부의 고용 유지 지원이 없다면 향후 대기업의 2차 실업 대란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기업이 희망퇴직을 시행한다는 건 경제에 굉장히 부정적인 신호”라며 “1999년 대우그룹이 무너질 때 협력사까지 도산하며 16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한 것처럼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고 전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고용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사 측과 노조, 정부의 '3인 4각'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 측의 고용유지를 위한 의지, 노조의 임단협 유연성, 정부의 규제개혁을 통한 신산업 지원이 동시에 발맞추지 않는다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