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시와 충남 천안시. 이 두 지역의 공통점은 요즘 주택시장이 너무 '핫'하다는 것이다. 아파트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껑충 뛰고 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집값이 안정권에 접어든 것과는 딴판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김포와 천안은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충청권까지 옥죈 6.17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비규제지역으로,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들썩이는 '풍선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 등에 따르면 최근 한달 반동안(7월 18일~9월 4일) 경기도에서 아파트 매매가 가장 활발했던 곳은 김포시로 1665건이 거래됐다. 같은 기간 의정부(679건)ㆍ남양주(601건)ㆍ화성(550건)ㆍ파주시(543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아파트값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김포시 풍무동 '풍무 센트럴푸르지오' 전용면적 59㎡형은 지난달 27일 5억6000만 원(16층)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5억7300만 원(5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불과 3달 전만 하더라도 이 아파트는 5억 원 초반에 살 수 있었다. 현재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가격)는 6억 원(25층)까지 오른 상황이다.
풍무동 P공인 관계자는 "이곳은 비규제지역으로 서울보다 대출을 받기도 쉽고 집값도 더 싸다 보니 서울 강서권에 직장을 둔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며 "집값 추가 상승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호가를 계속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동 '한강 센트럴자이' 전용 84㎡형에선 지난 달에만 5건의 신고가 거래 사례가 나왔다. 이 아파트 최고 거래가는 4억5000만 원(21층)으로 현재 시세는 5억~5억3000만 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김포 집값이 상승세를 탄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12·16 대책의 풍선효과로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에 나서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김포 집값은 꽤 많이 올랐다. 이후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묶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예상과 달리 6·17 대책에서 비규제지역으로 남으면서 6월 마지막 주에는 주간 상승률 1.88%까지 치솟기도 했다. 집값이 잠시 주춤한 것은 정부가 7·10 대책 등 더 강도가 세진 규제책을 내놓으면서였다. 규제의 역효과로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수요가 서울로 몰리면서 김포 주택시장은 일시적으로 소외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후 상황은 다시 역전됐다.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패닝 바잉'(공포에 의한 구매)에 빠진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오른 김포 쪽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김포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사들인 연령대는 30~40대였다. 지난 7월 김포 아파트 총 매수 건수(2310건) 중 40대가 721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30대(676건)이었다.
지방에선 비규제 지역인 천안의 집값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천안 아파트값은 6·17 대책 이후2.49%나 올랐다. 이곳에선 호가가 13억 원에 달하는 아파트도 등장했다. 불당동 '불당 지웰더샾' 전용 112㎡형으로 지난달 22일 12억95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썼다. 현재 이 아파트는 13억 원을 호가한다. 같은 단지 전용 84㎡형은 시세가 8억 원 선까지 올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시중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선 규제 틈새만 있으면 그 지역 주택시장으로 돈이 흘러들 수밖에 없다"이라며 "시중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규제 틈새가 있으면서도 교통 여건 개선 등의 호재를 안고 있는 곳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선 정부가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있는 비규제지역을 조정대상지역 등으로 묶는 추가 대책을 꺼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 예측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김포나 천안 등 집값이 오는 지역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언제든 조치를 취할 것이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