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꼬리잡기] "접속 차단 불발" 디지털교도소…사적 제재 허용되나?

입력 2020-09-1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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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디지털교도소가 방심위로부터 세부 위반 유형별 시정요구를 받게 된 대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출처=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캡처)
▲14일 디지털교도소가 방심위로부터 세부 위반 유형별 시정요구를 받게 된 대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출처=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캡처)

성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며 무고한 이들의 인권까지 침해해 '사적 제재' 우려가 커진 '디지털교도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전체 접속 차단 대신 세부 위반 유형별 시정요구를 받게 된 데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는 14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전체적으로 '접속차단'해야 하는지 심의한 결과 '접속차단'이 아닌 '해당 없음'을 결정했다. 다만 불법성이 확인된 명예훼손 정보 7건과 성범죄자 신상정보 10건 등 개별 정보 17건에 대해선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심의위원 3인(강진숙·심영섭·이상로 위원)은 ‘해당 없음’을, 2인(김재영 위원·박상수 소위원장)은 ‘접속차단’을 주장했다.

'해당 없음'을 주장한 심영섭 심의위원은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사이트가 확실하다"면서도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면 얻는 이익보다 그냥 둠으로써 공적인 이익을 얻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접속차단'을 주장한 박상수 소위원장은 "디지털교도소는 공인된 사이트가 아니고 사적 사이트"라며 "이 사이트는 우리 사법부의 기능을 부정하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어떻게든 이 사이트는 접속차단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소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방심위 관계자는 "통신소위의 경우엔 '최소 규제의 원칙'이 있다"며 "전체 사이트 차단은 신중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최소 규제의 원칙이란 통신·방송의 경계 영역에서 가급적 규제를 적게 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이 관계자는 "개별 불법 사안에 대해선 계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불법적인 요소가 발생하는 등 사이트 사정에 변화가 있다면 언제든지 재심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신소위의 이번 결정에 대한 논란은 지속하고 있다.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공익적인 측면이 있다는 의견과 불법성이 있는 '사적 제재'라는 의견이 팽팽히 충돌하고 있다.

▲디지털교도소와 관련해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공익적인 측면이 있다는 의견과 불법성이 있는 '사적 제재'라는 의견이 팽팽히 충돌하고 있다. (뉴시스)
▲디지털교도소와 관련해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공익적인 측면이 있다는 의견과 불법성이 있는 '사적 제재'라는 의견이 팽팽히 충돌하고 있다. (뉴시스)

“개별 사안 접속 차단 실효성 없어…피해 막기 위한 제재 필요”

우선 17건의 개별 사안에 대해서만 접속 차단을 한 결정이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이경민 법무법인 LF 변호사는 "만약에 피의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얼굴이 나오고 해당 내용까지 언급이 돼버리는 순간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부분차단만으로는 (위법행위를 막는 데) 큰 실효성이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변호사는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폐쇄하든지 아니면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부분에 대해서 특정을 불분명하게 한다든지 등의 제재가 있어야 한다"면서 "디지털교도소를 운영하는 쪽에 (전적으로) 맡겨버리는 것이니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변호사는 "디지털교도소도 공익적인 기능이 있을 수는 있는데 그걸 판단하는 주체를 디지털교도소 측에 주는 것도 의문"이라며 "잘못된 정보로 인해 정확한 검열 없이 공개를 해버리게 되면 피해자로서는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고 낙인이 찍혀버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도 아니고 사법 시스템도 아닌데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그 권한을 부여하는 것 자체도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사이트 전체 차단이 아닌 17건의 개별 사안에 대해서만 접속 차단을 한 결정이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출처=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캡처)
▲사이트 전체 차단이 아닌 17건의 개별 사안에 대해서만 접속 차단을 한 결정이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출처=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캡처)

“통신소위, 결정에 신중했어야…사실상 사적 제재 허용해준 것”

통신소위가 '부분 차단' 결정에 신중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사생활 보호'와 '알 권리 보장'의 두 가치가 충돌한 상황에서 방심위의 결정이 다소 섣부른 감이 있다고 본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의가 많이 없는 상태인데 (통신소위의 결정은) 사실상 (사적 제재를) 허용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역설했다.

송경재 교수는 "아무리 피의자라고 할지라도 법에 따라서 처벌을 받는 것이 법치주의인데 개인에 의한 사적 처벌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며 "최소한 전문가 자문이나 법학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해도 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송경재 교수는 디지털교도소가 공익적 측면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떠한 공익인지가 확실하지 않다"며 "범죄자 정보를 알게 한다는 것 자체가 범죄 예방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과연 차단 효과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중·삼중의 사회적 처벌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범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감한 이슈면 신중한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 (통신소위가) 여론조사 등의 (의견 수렴) 시스템을 안 갖추고 있는 것 같다"며 "방심위 같은 경우에는 계속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이트 전체 차단은 불필요…표현의 자유 제한할 수도”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의 전체 차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연히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의) 전체 차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게시돼 있는 콘텐츠가 위법한 것도 있을 것이고 적법한 것도 있을 것인데 일괄해서 차단해버리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한상희 교수는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이버공간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차단하려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개별 콘텐츠 중심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백·현존 위험의 원칙'이란 미국에서 언론·출판 등의 자유를 제한하는 표준으로 채택된 원칙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을 만큼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상황을 의미한다.

한상희 교수는 디지털교도소의 위법성이 없지는 않다고 봤다. 그는 "디지털교도소 같은 경우에는 너무 과도하게 (신상 공개를 해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의 다른 피해를 야기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서도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는 성범죄를 공론화함으로써 일종의 경각을 불러일으키는 공익적 측면은 분명히 있다. 이런 행위에 대해선 사회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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