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트] 이재명이 쏜 ‘기본대출권’…금융 “수요·공급 시장원리 위배”

입력 2020-09-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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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미회수 위험은 정부가 인수” vs 금융권 “소득 따른 금리산정 원칙 위배”

이재명 경기도시자가 ‘기본대출권’을 주장하면서 ‘돈을 빌리고 갚는 일’이 논쟁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기본대출권이란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도 1~2%의 저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기저금리대출 권리다. 이때 발생하는 미회수 위험, 즉 신용 리스크는 정부가 인수한다는 조건이 포함된다. 금융시스템과 복지시스템이 결합한 복지적 대출제도의 하나로 해석된다. 기본대출권에 대해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수요와 공급에 따라 대출금리가 산정되는 금융시장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는 포퓰리즘이라는 게 중론이다.

기본대출권, 금융시장 원리 훼손

이 지사는 13일 기본소득과 기본주택을 잇는 개념인 기본대출권을 처음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했다.

이 지사는 “서민대출 이용자 다수는 힘들어도 잘 갚는다. 부득이 못 갚는 소수의 신용위험을 동일집단에 고금리로 부담시키지 말고, 복지지출에 갈음해 정부가 (위험을) 인수해 모두에게 장기저금리대출 혜택을 주자”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기본대출권 개념을 소개한 이유에 대해 금융시장의 빈부 격차 구조인 ‘부익부 빈익빈’을 꼽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행은 연 0.5%로 시중은행에 화폐를 공급하고, 대기업이나 고소득자, 고자산가들은 연 1~2%대에 돈을 빌려 발권이익을 누린다. 하지만 담보할 자산도 소득도 적은 서민들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서 최대 24% 초고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 지사 주장의 핵심은 저금리 혜택을 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가 다함께 누리자는 것이다. 그때 문제가 될 수 있는 서민들의 낮은 신용도를 국가가 보증하자는 논리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 지사의 주장이 금융시장 원칙을 위배한다는 주장이다. 우선 금융회사는 소득과 부가적 조건에 근거해 신용대출 한도를 설정한다. 이후 적정 금리가 매겨지는 것은 해당 대출의 부실 처리까지 감안하게 된다. 기본대출권은 이런 기본 프로세스 자체를 무너뜨린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기본대출권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원리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 “신용도가 낮으면 금리가 높고, 신용도가 높으면 금리가 낮아지는 것이 시장에서 프라이싱(pricing)을 하는 과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소득에 따라 금리가 산정되는 것이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자연스러운 시장 원리”라고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선정하고 부실 채무를 관리하는 과정에 정부가 개입해 대출 프로세스를 바꾼다는 것은 시중은행을 공공기관처럼 만들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모럴해저드’ 취약점…실효성도 의문

기본대출권의 핵심은 서민 대상 대출상품에서 발생하는 미상환 손실(최대 10%)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내용이다. 부실 대출 채권을 정부가 갚아줄 수도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국가가 이자를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은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5일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저금리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한 서민들이 고금리 대출로 ‘갈아타기’ 하는 등 서민 금융상품의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이용자들이 현금서비스와 같은 고금리 대출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는 단기적으로만 유지되고, 이후 미이용자들보다 고금리대출을 더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일수록 대출 회수율이 저조하고, 결국 그 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상봉 교수는 “기본대출권에 최소 필요한 금액은 100조 원이다. 이자만 계산해선 안 되고 대출자가 갚지 못한 돈까지 계산해야 한다. 지금도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대상 대출상품에 대한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상황이다. 대출 범위가 기업에서 가계로 넓어지면 재정엔 위협이다. 지금 쓸 수 있는 재정은 10년도 채 안 남았다. 만약 기본대출권으로 재정을 지출하면 다음 정부에선 무조건 디폴트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 지사가 기본대출권을 언급한 것은 경기도가 가져갈 정책적 방향에 대해 제안한 것으로 보면 된다. 앞으로 실무 부서에서 해당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단정적으로 경기도 내 기본대출권 시행 여부를 말하기는 힘들다. 이 지사가 특별히 실무진에게 일각에서 나오는 재정 문제에 관한 특정한 의견을 전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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