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가 발효된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는 상향조정됐고,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도 크게 변동이 없는 모습이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되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9조5993억 원으로 한 달 전 전망치 9조273억 원보다 5000억 원 가까이 늘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계속 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10조1480억 원을 전망치로 제시했고, DB금융투자와 KB증권은 10조 원으로 추정했다. NH투자증권은 10조 2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화웨이 제재가 발효된 지난 15일 이후에도 한화투자증권(11조 원), 신영증권(10조4000억 원) 등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10조 원 돌파를 내다봤다.
특히, KB증권은 화웨이 제재 발효 전후를 기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10조 원에서 11조1000억 원으로 무려 1조 원 이상 상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3803억 원으로 한 달 전 1조5915억 원보다는 감소했지만, 1조 원을 웃돌며 선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 사례를 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TSMC의 8월 매출액은 1229억 대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TSMC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라 5월 이후 화웨이로부터 신규 주문을 받지 않았다.
TSMC의 7월 매출은 6월보다 12.3% 감소했다가 8월에 전 월 대비 16% 증가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화웨이 이슈로 7월 매출이 감소했다가 8월에 회복을 넘어 오히려 실적이 증가한 것이다.
TSMC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4% 수준으로 삼성전자(3%), SK하이닉스(11%)보다 훨씬 높다.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반도체를 설계한 후 TMSC를 통해 위탁 생산해 왔다. 지난해에만 약 6조2000억 원어치의 칩을 TSMC에서 생산했다. 화웨이는 10조 원 규모의 고객사인 애플에 이어 TSMC에 두 번째로 큰 고객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발효로 불확실성이 오히려 사라졌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페따 꼼쁠리(Fait accomli)’ 현상이 양사 실적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페따 꼼쁠리는 ‘기정사실’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어떠한 호재든 악재든 시장에서 이미 사실로 확정되면 시장 영향력은 약화·소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의 양국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화웨이 향 반도체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화웨이 이슈에 발이 묶여 우왕좌왕하기보다는 고객사 다변화 전략으로 선회해 리스크를 빠르게 회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역설적으로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제재 발표는 D램 재고소진과 가격바닥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도 전망된다.
신영증권은 “삼성전자는 8월 중순부터 미국의 거래 제재로 인한 화웨이의 부품 재고 대량 확보 수요가 발생하며 3분기 매출 하락을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은 “과점화된 D램 공급구조와 제한적 모바일 D램 생산능력으로 SK하이닉스는 애플, 오포, 비보, 샤오미 등으로 공급 점유율 확대를 통해 화웨이 매출 감소분을 상쇄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