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사한다는 소식에 회사 내부에서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한다.
신설 배터리 법인으로 가게 될 임직원들의 경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를 장기적인 주력 사업으로 삼았고 최근에는 흑자까지 달성, 수익성도 확인했기 때문에 앞으로 성과급 등 임직원들의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또한, 앞으로 주식시장에 상장(IPO)할 경우 우리사주 배정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우리사주제도란 회사가 종업원에게 자사주식을 취득, 보유하게 하는 증권거래법상 제도다. 자본시장법은 상장이나 유상증자 시 기업은 발행주식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사주로 배정받은 주식이 상장 이후 가격이 오르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상장한 SK바이오팜의 경우 상장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임직원이 1인당 13억7120만 원까지 평균 차익이 올랐다.
반면, 배터리 사업은 신사업인 만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걸림돌이다.
최근 LG화학이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개발돼야 할 기술이 산더미다. 국내 경쟁사들뿐만 아니라 해외 완성차ㆍ배터리 업체까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배터리 사업의 불확실성에도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주던 석유화학 부문이 없어지면, 사업적 돌발변수에 회사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생길 수 있다.
LG화학의 한 직원은 "배터리 사업이 성공가도를 달리면 분사가 배터리 임직원에게는 크나큰 호재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상황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분위기는 갈린다. '신사업 투자'라는 비용을 제거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장기적 사업 방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유화학 부문은 지금까지 LG화학의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해왔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약 6773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7775억 원)의 87%를 차지했다.
한 직원은 "지금까지 석유화학 부문에서 번 돈이 배터리 사업에 들어가면서 내부적으로는 성과급 등 처우에 대한 아쉬운 얘기가 많이 있었다"며 "흑자가 나자마자 분사를 하는 모양새가 좋진 않지만 이런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쪽에 힘을 실어가는 모양새라 석유화학 부문의 미래를 장담할 순 없는 상황이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분사 이후 기존 사업부문을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현재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사업을 2024년 매출 비중 30%대로 낮추고, 전지사업을 50% 수준인 31조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