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대란 올까" 추석 대목 앞둔 유통업계 긴장감 고조

입력 2020-09-17 15:21 수정 2020-09-1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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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음) (사진제공=쿠팡)
▲쿠팡 물류센터(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음) (사진제공=쿠팡)
추석을 앞두고 택배 대란 조짐에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택배 기사들이 추석을 앞두고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택배 분류작업을 거부하기로 함에 따라 명절 대목을 맞은 유통업계의 선물 배송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어서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택배 대책위)’는 17일 서울 정동에 위치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일부터 택배 분류작업 거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택배대책위의 분류 거부 작업에는 4000여명의 택배기사가 참여한다. 이는 전체 택배기사 인력의 10% 수준에 그치지만 물량이 몰리는 추석시즌 유통업계가 단기간 배송직원을 늘려왔던 점을 감안하면 배송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책위는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들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배송을 해야만 하는 장시간 노동의 핵심 이유”라며 “하루 13∼16시간 노동의 절반을 분류작업에 매달리면서도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보통 추석연휴 기간에는 평소보다 15~20% 이상 물량이 증가한다. 하지만 올해는 친지 방문 대신 선물로 대체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배달 수요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추석선물세트를 택배로 배송하는 이커머스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구매한 후 지정일 배송을 신청받은 백화점과 대형마트까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분류 거부 작업에 돌입하는 21일 이전까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추석 선물 배송이 지연될 경우 생길 수 있는 소비자의 항의와 불만과 고객 이탈을 우려해서다. 또 지연 배송으로 인해 제품의 변질이나 하자가 생길 경우 이에 대한 책임 부담도 크다.

유통업계 배송 관련 부서에서는 택배대책위 발표 직후부터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물류기업과 배송 계약을 체결한 유통업체들은 즉각 협력사에 조합원 비중을 확인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에 나섰다. 직배송을 하는 유통업체들은 과거 화물연대 파업시 물류가 마비됐던 당시 적용한 대책까지 재검토하고 있다. 당시 배송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유통업체들은 대형 운전면허를 소지한 임직원과 1종 보통 운전면허 소지자들을 배송 현장에 긴급 투입하기도 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특성상 고객이 구매한 제품은 모두 택배로 배송되기 때문에 배송거부 참여인원이 적더라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물류센터의 경우 추석 선물세트 물량 때문에 단기 고용을 늘리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어서 최악의 경우 사무직 직원들까지 투입해야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배송 협력사에 분류작업 거부에 참여하는 직원 비중을 확인하고 추석 선물세트 주문 마감일을 언제로 할 지를 논의 중”이라며 “당초 추석 연휴 사나흘전으로 추석선물세트 주문 마감일을 정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상태라면 이를 전면 수정해 마감일정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물류센터마다 자동 분류 시스템을 갖춰 근무 인력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택배 기사들이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배송만 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높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분류 거부가 아니라 배송 거부였다면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했을 것”이라며 “이미 추석 선물세트의 배송이 시작됐고 분류 자동화 시스템과 단기 아르바이트 직원을 채용했기 때문에 유통업계가 예상하는 대란까지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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