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20년 된 1호선 전동차…'통신비 2만 원' 예산이면 다 바꾼다

입력 2020-09-20 15:00 수정 2020-09-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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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식 전동차 여전히 운행…코레일, 교체 사업 나섰지만, 체감 속도 더딜 듯

수도권 전철 1호선 전동차의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많은 재원이 필요한 전동차 교체를 운영사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정부 역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에 배정한 예산(약 9300억 원)이면 20년이 넘은 낡은 1호선 전동차 전체를 바꾸고도 남는다.

▲수도권 전철 1호선  (사진제공=한국철도)
▲수도권 전철 1호선 (사진제공=한국철도)

1호선 전동차 44%가 20년 넘어…1997년 제작 전동차 여전히 운행

◇전동차 10대 중 4대는 20년 넘게 운행=20일 이투데이가 서울교통공사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함께 운영하는 수도권 전철 1호선 전동차의 차령(차량 나이)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1160칸 중 514칸(44%)이 20년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한 지 26년이 넘은 전동차도 64칸이나 있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서울교통공사가 보유한 전동차 160칸 중 77%(124칸)가, 코레일 소유 1000칸 중 39%(390칸)가 20년이 넘었다. 국내에서 20년이 넘은 전동차는 정밀안전진단 대상이 된다.

반면, 차령 4년 미만의 신형 전동차는 90칸에 불과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청량리와 용산역 사이 지하 구간을, 코레일은 지상 구간인 경인선(인천~구로)ㆍ경원선(청량리~소요산)ㆍ경부선(서울~천안) 등을 운영한다. 양 공사는 전동차 10칸을 연결해 한 대로 편성한다.

현재 코레일이 보유한 가장 오래된 1호선 전동차는 1997년 대우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전신)과 현대정공(현대모비스의 전신)이 제작한 차량으로, 지난해 도입된 최신 전동차와는 22년의 나이 차가 난다.

구형과 신형 전동차를 모두 이용해본 시민들은 확연한 차이를 실감한다. 석계역에서 1호선을 자주 이용하는 전승환(29) 씨는 "구로행 신형 전동차를 탄 적이 있는데 평소 타던 1호선과 너무 달라 기억에 남는다"며 "전동차 내부의 소음과 덜컹거림이 덜했다. 실내가 어두컴컴하지도 않았고, 전광판은 큼직해 보기 편했다"고 회상했다.

▲4월 14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신길역으로 가는 구간에 탈선한 열차가 세워져 있다.  (뉴시스)
▲4월 14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신길역으로 가는 구간에 탈선한 열차가 세워져 있다. (뉴시스)

국내 전동차 기대수명 25년…전동차 노후화, 사고 유발

◇내구연한 폐지 이후 노후화 지속=애초에 법으로 정해진 15~25년의 전동차 내구연한(적정 사용 기간)이 있었지만, 2014년 관련 규정이 사라지며 '기대수명’ 개념이 도입됐다. 기대수명은 전동차를 제작할 당시에 기대한 성능을 유지하며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전동차 제작사와 운영사가 상호 협의해 정하는데, 국내의 일반적인 전동차 기대수명은 25년이다.

해외에서도 전동차 제작사와 운영사가 기대수명을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해외는 국내보다 기대수명을 짧게 정하고, 전동차 주요 부품을 주기에 따라 의무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규정을 뒀다는 차이가 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전동차 기대수명은 국가마다, 노선마다 모두 달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이 전동차 기대수명을 해외보다 더 길게 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철도 운영사의 의견을 수용해 내구연한 규정을 폐지하면서 지금처럼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 전동차를 무기한 사용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노후화된 전동차는 사고를 유발한다. 올해 4월, 1호선 신길역 부근에서 용산행 급행 전동차가 탈선한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고는 전동차의 낡은 차축 부품이 끊어지며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전동차는 1996년에 제작된 노후 차량이었다.

열차가 노후화되면 그만큼 사고 확률은 높아진다. 서울시 교통정책과에 따르면 전동차 운행 장애와 사고의 주요 원인이 차량 부품 장애(32.6%)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동차 노후화가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현대로템이 코레일에 납품한 신형 전동차  (사진제공=현대로템)
▲현대로템이 코레일에 납품한 신형 전동차 (사진제공=현대로템)

전동차 1칸 제작에 약 14억 원…"정부 예산 직접 지원해야"

◇신형 전동차 도입 나섰지만, 체감 속도 더뎌=서울교통공사와 코레일도 노후 전동차 교체의 필요성을 느끼고 신형 전동차 도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선제적인 교체를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공사는 올해 각각 1조 원의 적자가 예상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전동차 교체 등의 안전 투자가 큰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직장인 박 모 씨는 “정부가 전 국민 통신비 지원 같은 선심성 사업에 돈을 쓸 게 아니라 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전동차 개선에 예산을 지원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라며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진정한 복지가 뭔지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동차 1칸을 제작하는 비용은 약 14억 원에 달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 국민 통신비 2만 원 지원 예산(약 9300억 원)으로는 전동차 664칸을 바꿀 수 있다.

적자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코레일은 2024년까지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노후 전동차 1012칸을 교체할 예정이다. 1호선에는 510칸이 배정됐다. 이미 계약까지 끝마쳐 올해부터 차례로 신형 전동차가 도입된다.

다만, 노후화된 차량이 워낙 많고 전동차 제작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민이 체감하는 개선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인다. 신형 전동차 510칸의 도입이 끝나는 2025년에는 현재 차령이 15~19년인 전동차 276칸이 또 다시 교체 대상이 되는 점도 문제다. 당분간은 똑같은 요금을 내고도 쾌적한 최신 전동차와 폐차 직전의 구형 전동차를 번갈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한 셈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후화된 전동차는 운행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재정이 넉넉지 않지만, 안전에 대한 투자만큼은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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