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3상 시험 생략에도 문전성시...러시아 “코로나 백신 12억회분 수출 논의 중”

입력 2020-09-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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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을 선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을 선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3상 임상시험을 건너뛴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해 안전성 논란을 빚은 러시아가 백신 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브라질,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과 백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밖에도 10여 개 국가들과 단계별 논의를 진행 중이다. 러시아가 현재까지 공개한 국가별 수출 물량은 인도 1억 회분, 브라질 5000만 회분으로 논의 중인 물량까지 합치면 총 12억 회분에 달한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해당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인도, 브라질, 한국 등 해외 생산을 통해 이르면 11월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지난달 초 세계 최초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Sputnik V)’는 1·2상 임상시험만 거친 뒤 3상 시험을 건너뛴 채 사용 승인을 받았다. 러시아는 승인 이후인 8월 말 4만 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 서구권에서는 효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도 러시아의 백신 임상시험 절차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해당 백신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러시아 백신의 안전과 효능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음에도 러시아산 백신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WSJ는 서구권 제약사가 개발 중인 백신을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대부분 싹쓸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들이 서구권 제약사와 계약을 맺은 백신 물량은 최소 37억 회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개발도상국들이 러시아와 중국산 백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서구 제약사들은 백신으로 돈 버는 게 주목적”이라면서 “러시아와 중국에서 백신을 우선 구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러시아산 백신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도 하다. 러시아는 구체적으로 백신 접종 가격을 밝히지 않았지만, 러시아 언론들은 전문가를 인용해, “러시아산 백신 2회 접종분의 가격이 최저 10달러 선이라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백신 가격이 1회분 기준 4∼37달러 수준이다.

이와 관련 스푸트니크V 백신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 국부펀드 ‘직접투자펀드(RDIF)’는 “우리는 수익을 내려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도 백신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백신을 공급하기로 했고, 중국 바이오기업 시노백은 방글라데시에 백신 10만 회분을 무료로 공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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