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올해 교섭 임금동결 합의안 키워드?…고용ㆍ품질ㆍ상생

입력 2020-09-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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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임금동결' 잠정 합의…당장 임금 인상보다 '코로나19 극복ㆍ전동화 시대 대비' 초점

▲현대자동차 노사 교섭 대표가 울산공장 본관에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 노사 교섭 대표가 울산공장 본관에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 노사가 마련한 올해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은 ‘고용ㆍ품질ㆍ상생’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 일자리를 지키고, 품질에 힘써 고객의 신뢰를 되찾으며 협력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노조의 의지가 드러난다.

역대 세 번째 임금동결…"위기 극복에 공동 노력 필요"

현대차 노사는 21일 하언태 사장과 이상수 지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12차 임금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임금과 관련한 주요 내용은 △임금동결 △성과금 150% △코로나 위기극복 격려금 120만 원 △우리사주 10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 원 지급 등이다. 노사의 임금동결은 1998년 IMF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 세 번 째다.

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국내 사회ㆍ경제적 상황에 공감하고, 세계 경제 침체로 인한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집행부는 “기본급이 동결됐지만, 호봉승급분과 성과금 등을 합하면 1인당 평균 830만 원의 임금 인상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생산라인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생산라인 (사진제공=현대차)

노사는 임금 합의와는 별도로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는 고용과 품질, 상생 등 미래에 대한 고민과 의지가 담겼다.

인위적 인력 감축 없다…재교육으로 전동화 시대 대비

먼저, 노사는 국내공장의 생산 물량이 174만대 이상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전기차 생산이 늘어 내연기관 생산인력 수요가 줄어도 재직 중인 직원을 인위적으로 감축하지 않는 데에 합의한 것이다.

노사는 이를 위해 미래 자동차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직무 전환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전동화 시대가 본격화하면 기존보다 필요한 공정이 감소해 고용 유지가 어려울 수 있는데, 이를 재교육을 통해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노사는 각 부문의 ‘고용전환 지도’를 작성해 전기차 생산으로 고용 감소 위험이 큰 부문부터 단계적으로 직무 전환 교육을 시행키로 했다.

또한, 시니어 촉탁직을 둘러싼 갈등도 매듭지었다. 시니어 촉탁직은 정년퇴직자를 다시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제도다. 회사 차원에서는 숙련된 인력을 투입할 수 있고, 퇴직자에게는 정년 연장 효과가 있다.

애초 사 측은 효율적인 인력 관리를 위해 수요가 있는 사업부에 촉탁직을 투입하려 했지만,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퇴직 당시의 소속 그룹에 우선 배치하기로 했다. 또한, 생산직에 한해 선발하던 촉탁직을 판매, 정비, 연구 분야로도 넓히기로 했다.

노조가 품질 개선에 앞장

노조는 품질에 대해에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노사는 사업부별로 품질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앞으로는 현장 대의원들이 설비 사양 문제와 작업공간 개선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집행부는 “품질협의체는 사 측에 품질 설비투자를 강제하게 할 수 있다”라며 “유럽의 여러 노조는 품질협의체를 노조의 강력한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품질세미나를 반기별로 시행해 사업부의 협의 사항을 점검하고, 품질 향상 방안도 논의한다. 연 2회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품질 홍보 행사 역시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품질세미나에 참석한 현대차 하언태 사장(맨앞 왼쪽)과 이상수 노조지부장(맨앞 오른쪽) 등 노사 관계자들이 서울남부서비스센터에서 완벽품질을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품질세미나에 참석한 현대차 하언태 사장(맨앞 왼쪽)과 이상수 노조지부장(맨앞 오른쪽) 등 노사 관계자들이 서울남부서비스센터에서 완벽품질을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협력사와 상생…고객ㆍ국민의 신뢰 되찾는다

노사는 이번 사회적 선언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해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그룹 차원에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별도합의를 통해 울산시, 울산 북구청이 추진 중인 500억 원 규모의 지역 부품 협력사 고용유지 특별지원금 조성 사업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또, 총 1조5237억 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고객, 국민과도 신뢰를 쌓아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지역사회에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할 뿐 아니라, 신차 발표회에 노사 대표가 참석하고 고객 대표단과 간담회도 하는 등 대국민 교류를 늘리기로 했다.

25일 조합원 대상 투표 진행…"파업, 명분ㆍ실익 못 챙겼을 것"

집행부는 25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합의안이 최종 확정된다.

집행부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금은 아쉬운 결과를 도출했지만, 협상에는 상대가 있고 사회적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강력한 파업투쟁은 어떤 명분과 실익도 챙기지 못했을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당장 임금보다는 미래를 위한 생존을 올해 교섭 키워드로 설정했다”라며 “압도적인 찬성을 통해 인준을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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