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환매 악몽 ing] ‘부실·과욕·묻지마’…환매 중단 속출에 ‘제2 라임’ 우려

입력 2020-09-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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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사모펀드 잔액, 1년 새 7조 증발…당분간 감소 지속 전망

코로나 장기화 채권 리스크 확대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연쇄적으로 터지는 환매 중단 사고로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옵티머스 등 잇따라 발생한 부실 사모펀드 사태로 시중은행의 사모펀드 잔액이 전년 대비 30%가까이 빠졌다. 1년 새 7조 원 가까이 증발한 셈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판매사인 은행에 강한 배상책임을 요구하면서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은행권의 사모펀드 관련 실적은 당분간 지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모든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과거에 투자한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운용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환매 연기를 확정한 하나은행의 영국 신재생에너지펀드와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 등 환매 연기 및 중단을 선언하는 펀드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는 제2의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툭툭 터지는 ‘환매 연기’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번 달 환매 연기를 확정한 하나은행의 영국 신재생에너지펀드를 비롯해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 삼성생명의 유니버설인컴빌더시리즈 연계 파생결합펀드 등 약정대로 투자자들에게 수익률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종식 전까지 더 많은 환매 연기 및 중단 상품이 나오면서 제2의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실상 환매 연기가 환매 중단으로 가는 시작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모든 부실 펀드 사태를 보면 처음에는 환매 연기라고 했지만 결국 중단으로 끝났다”면서 “판매사와 운용사들이 처음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연기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펀드 모니터링 강화

금융당국도 잇따른 부실 사모펀드 사태에 환매 연기 및 중단 펀드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이 판매사로서 주도적으로 판매한 펀드 상품은 일반은행검사국이 은행 종합검사 때 면밀히 살펴볼 것이다. 특정한 검사가 잡히지 않은 시기에는 자산운용검사국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펀드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고, 최근 문제가 된 키움투자자산운용 펀드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를 계기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52개 전문사모운용사의 1786개(22조7000억 원 규모) 사모펀드를 전수조사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 옵티머스 펀드의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올 상반기에 처음으로 옵티머스에서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서면조사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부실검사 논란을 빚은 금감원은 적극적으로 부실 펀드를 걸러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사모펀드와 운용사 전체에 대한 전수점검을 실시해 투자자피해가 우려되는 펀드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제재 등으로 엄중 조치하는 동시에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모·공모, 구분 확실히”

전문가들은 사모펀드 시장과 공모펀드 시장을 명확히 나눠야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사모펀드가 수익률이 높은 공모펀드처럼 간주되고 있어서 위험에 대해 인식을 하지 못하는 일반 투자자들도 사모펀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 투자자들은 사모펀드 시장에, 일반 투자자들은 공모펀드 시장에 투자하도록 시장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그리고 금융당국은 공모펀드를 중심으로 관리 및 감독 기능을 강화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국회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 사모펀드 투자자 피해를 키운 배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법이 개정되면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최소 투자금액이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춰졌고, 사모운용사 승인 제도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문턱이 낮아졌다. 이에 김득의 대표는 “사모펀드 진입장벽을 높여 전문투자자들만 사모펀드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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