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현정택 KDI 원장 "내년 한국 경제 전망"

입력 2008-11-1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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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가 12일 주요 경제연구소 중 가장 낮게 내년 경제성장률을 3.3%로 제시했다. 현정택 KDI원장으로부터 내년도 '한국경제호'와 세계 경제에 대한 종합적인 전망을 들어봤다.

- 경제성장률 전망하기 어려웠겠다. 지금까지 나온 경제연구소 내년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다.

▲ 지금은 경제성장률 전망 자체보다 (국내외 경제)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갈수 있는지, 메인테인한지가 문제다. 내년 경제성장률을 3.3%로 잡았다는 것보다는 우리나라 경제시스템이 유동성 경색, 중소건설사 위기 등 리스크를 딛고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3.6%로 제시했는데 KDI는 3.3%다. 이 차이는 내년 전망이 낙관적이냐 비관적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삼성은 한달전에 발표했고 KDI는 지금 발표했다는 시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린이푸 세계은행 수석부총재가 지난번 포럼에서 이미 말한 것과 마찬가지다.

IMF 수정전망 발표 이전 전망치에서 선진국 성장률을 0.5%로 봤는데 세계은행이 마이너스(-)로 봤던 것도 결국 시차가 숫자의 차이로 이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시 얼마 안돼 IMF가 수정 전망치를 내놓았다. 한달새 그만큼 상황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 얼마나 안 좋은가

▲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일제히 마이너스인 것은 2차대전 이후 처음이다. 세계 경기 하강의 강도만 놓고 봐서는 1, 2차 오일쇼크때와 다름없다.

지금은 산유국은 산유국대로, 선진국부터 신흥국까지 전세계가 어렵다는 점에서 어쩌면 더 안좋은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전기- 구제금융안이 효력을 발휘한다던가 미국 오바마 경제팀과 부시팀이 주목할 만한 협조를 보여준다던가 등등-가 없으면 쉽사리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이 내놓은 7000억달러 구제금융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거의 모든 사람의 생각이다. 추가적인 새로운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1, 2차 오일쇼크 당시에는 G-20회담 소집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지금과 같은 국제 공조 노력이 전혀 없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글로벌 공조 시스템이 살아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특히 금융측면에서는 향후 3개월이 매우 중요하다. 아주 크리티칼한 순간이다. 통상 11월과 12월 금융 사이클이 돌아오는데 지금 경우는 금융위기와 통상적인 금융사이클 두가지가 겹쳐서 어떻게 넘어갈 것인지가 문제다.

미국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안을 비롯, 전세계적인 공조와 결속으로 위기 타개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이런 노력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가 중요하다.

또 미국의 대선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내년 1월 새 대통령 취임식까지 오바마 정부와 부시 정부가 어떻게 조화를 이뤄갈지도 관건이다.

- 현재 한국과 미국 경제 정책 시스템의 차이는.

▲ 지금 한국과 미국과의 가장 큰 차이는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 누가 됐건 간에 초당적·초계파적 협력이 있는지 여부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극명한 철학의 차이와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슈 앞에서도 1월에 나온 감세조치에 합의에 5월에 지출이 이뤄졌다.

구제금융안만 해도 하원에서 한차례 부결되는, 마이너한 고비는 있었지만 결국 통과시켰다. 대선을 한달 반 앞둔 시점에서도 정치권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예를 들어 수도권 규제완화와 같은 이슈는 다분히 정치적인 이슈다. 요즘과 같이 중요한 시기에 여야가 온 나라가 매달려 줄다리기를 벌일 문제는 아니다.

정치 이슈에 얽매여 보다 시급하고 근본적인 금융위기 타개책을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다면 문제다. 본질은 제쳐둔체 직불금이나 수도권 규제완화에 국력을 쏟아서는 안된다.

지금 한국의 시스템이 살아있다는 것, 한국의 경제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간다는 것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보여준다면 300억달러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이상으로 중요한 심리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금융위기 이외에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위기상황이다.

한미 FTA 비준이나 내년 예산안 등 시급한 정책은 하루라도 빨리 집행할 수 있도록 국회가 정쟁을 멈추고 통과시킬 것은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

 

- 한미 FTA어떻게 될 것 같은가.

▲ 한미 FTA관련해서는 선비준 유효하다고 본다. 일각의 우려대로 오바마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는 일은, 한미 FTA를 통째로 발로 걷어차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만일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기한다면 전세계가 공멸하게 된다.

또 미국 입장에서 7대 교역국인 한국에게, 중국과 일본, 북한 등과의 관계가 얽혀있는 상태에서 새 정부가 전임 정부의 약속을 엎는 것은 보통 리스크가 아니다.

오바마 정부 나름대로 국내 정치용으로 자국 일자리 보호 등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겠지만 그렇다고 한국과 미국 양국 행정부간의 협정을 무위로 돌릴 수는 없다.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자동차가 70∼80만대인데 한국의 미국 자동차가 수천대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오바마 할아버지라고 해도 뽀족한 방법이 없다.

FTA 틀 속에서 오바마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별로 없다.

우리 자동차회사 입장에서는 미국의 문호가 1년 뒤든 3년 뒤는 결국 넓어지는 것이고 어떻게든 체결될 것으로 본다.

때문에 우리는 미국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어떤 국제적 격량 속에서도 흔들림없이 한미FTA를 비준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 환율에 대한 전망은.

▲ KDI는 주가와 마찬가지로 환율 전망치를 숫자로 내놓을 수 없다. KDI의 입장은 매우 조심스럽다. 다만 실질실효환율이 어떤 수준인지 가늠하는 것이지, 시장에서 이뤄지는 가격결정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이론적으로 전망치를 내놓을 수 없는, 다수의 시장참가자들의 결정에 의해 랜덤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그걸 예측한다는 것은 매직이고, 해서도 안된다.

최근에야 워낙 비이성적인 과열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정부의 책임있는 당국자라면 공개석상에서 환율의 흐름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삼가야 한다.

그 방향을 언급하는 것 만으로도 시장에 시그널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 정부의 경제활성화 대책과 너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 정부 정책에는 거시적 조치와 미시적 조치가 있다. 통화량을 풀거나 재정총량을 늘리는 등 방책이 거시적 조치라면 미시적인 제도 손질은 경기와 상관없이 이뤄져야 한다. 경기가 하강할 때나 상승할 때나 변함없이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대책으로 한정해야 한다.

지금은 경제가 좋지 않지만 3년뒤 경제가 좋아진다해서 다시 묶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제도를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제도는 경제학자가 보기에 적합하지 않은 제도다.

정부가 10여개 부처 한꺼번에 집합시켜 경제종합 대책을 3개월에 한번씩 내놓고 하는 모습은 더 이상 보여주지 않았으면 한다.

종합대책이 꼭 필요하다면 일년에 한번, 사정이 있어도 두 번이면 족하다. 3개월에 한번씩 내놓는다면 앞에 내놓은 대책이 엉터리였든지 새로 내놓은 대책이 제목만 그럴싸한 빈수레던지 둘 중 하나다.

미시적으로 필요한 정책을 꾸준히 펴고 3∼4년 뒤에 평가해보면 조용히 달라져 있는 것, 그런 것이 선진국 시스템이다.

- 내년도 경기 하반기 회복이 가능한가.

▲ 세계적인 기관들이 여러가지 단서(낙관적인 전망에 따르면, 하방리스크가 존재하지만 등등)를 달고는 있지만 내년 하반기, 4분기 이후 등을 회복시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성장률 숫자보다 그 이면의 여러가지 정황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5.8%로 전세계적으로 아주 좋고 우리나라로서도 꽤 좋은 성적이었지만 유가가 다 까먹으면서 체감지수는 별로 좋지 않았다.

거꾸로 내년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비록 좋지 않더라도 유가와 교역조건이 뒷받침된다면 오히려 소비 등 체감면에서 지금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예를 들어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내총소득(GDI)가 지금은 마이너스지만 내년에는 어떨지 지켜볼 문제다.

특히 중국이 잘 버텨준다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나빠지지 않을 수 있다.

- 중국 경착륙 우려는?

▲ 11% 성장하던 나라가 8∼9% 성장할 것이라고 해서 성장률이 2∼3%포인트 하락하는 것을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생각해보라, 16∼17세기 세계 경제성장률이 10년에 1%가 될까 말까 했다. 100년에 10% 성장한 건데 중국은 14억 인구를 끌고 1년에 두지릿수 성장해온 것만도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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