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리포트]① “나는 동학 청년 불개미입니다”

입력 2020-09-23 15:18 수정 2020-09-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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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코스닥 신용잔고신용잔고 
자료=한국거래소
▲코스피 코스닥 신용잔고신용잔고 자료=한국거래소

7월 말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테슬라’와 니콜라 주식에 5000만 원 넘는 돈을 투자한 박 모씨(36·직장인)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하루가 멀다고 5~20%씩 주가가 널뛰다 하락하는 바람에 몇 주 사이 수백만 원을 잃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앞으로는 절대 이 가격에 미국 주식 못 산다’는 얘기를 듣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신조어)해서 목돈을 털어 넣었는데 이렇게 상황이 급변할 줄 몰랐다”며 “지금 발을 빼자니 본전 생각이 나 이젠 팔 수도 없다. 한동안 잊고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가 터진 후 박 씨처럼 주식시장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이들이 많다. ‘동학개미’ ‘도박개미’ ‘서학개미’ ‘불(Bull)개미’ 등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다. 23일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외 주식시장에 몰린 개인 투자자 자금(코스피·코스닥·해외주식 순매수, 투자자예탁금 증가액)은 101조 5071억 원에 달한다. ▶관련기사 3면

영끌했다가 영혼까지 털리는 MZ세대

한 푼 두 푼 모은 적금을 깨거나 은행에서 빚까지 얻어 ‘빚투’에 나서는 투자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1일 기준 개인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금액(신용거래융자금)은 17조 6860억 원에 달한다. 올해 초(9조 원대)보다 8조 원 이상 늘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일확천금을 노린다. 경마장이나 카지노에서 베팅하듯 주식시장에서도 그런 방식의 투자를 한다. ‘대박’ 환상에 사로잡혀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은 마치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불나방과도 닮았다.

지난해 대학교를 자퇴한 이모 씨(28)도 한 방을 노리고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그에게 ‘단타 수익’은 유일한 소득원이다.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뉴스를 들으면서 경제신문을 읽는다. 장전까지 그날 시장의 ‘테마’를 예상해본다. 올해 상반기 유난히 변동성이 큰 시장 탓에 마음도 쉽게 철렁였지만, 오히려 역으로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1000만 원에서 시작한 이모 씨의 잔고는 한때 9500만 원까지 찍었다. 얼마 전, 어머니의 차도 바꿔드렸다. 그는 “100만~200만 원 날리더라도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해보니 투자 방식도 과감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초기 투자금 1000만 원 말고는 내 돈 아니라는 생각으로 위험하게 하는 편”이라며 “재무상태보다는 수급과 재료(주가 부양 소식) 등을 보면서 테마주 중심으로 ‘단타’를 노린다”고 말했다.

개미 노린 하이에나 리딩방으로 어슬렁

그러나 아홉 사람 성공해도, 마지막 한 사람은 손실을 보는 게 주식투자다. 요즘 같은 시장에선 개인들의 기대심리를 노린 주가조작 세력도 출몰하기에 잘못 걸렸다간 쪽박 차기 십상이다. 먹잇감(개인투자자)이 넘쳐나니 하이에나들도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실제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을 통해 수백 명의 투자자가 모인 방인 ‘주식 리딩’(특정 종목의 매수, 매도 여부를 알려주는 행위)에는 개미들을 유혹하는 글이 초·분 단위로 올라온다. 올해 들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주식투자정보서비스 피해구제 접수 건수만 1997건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37건에 불과했던 유사투자자문업 신고는 7월과 8월 각 70건, 64건으로 뛰었다.

▲국내 증시 신용공여잔고 추이 (자료 금융투자협회)
▲국내 증시 신용공여잔고 추이 (자료 금융투자협회)

단숨에 팔자를 고치겠다는 식으로 투자해서는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

‘톰 소여의 모험’의 작가인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일생에 투기하지 말아야 할 때가 두 번 있다. 한 번은 여유가 있을 때고, 또 한 번은 여유가 없을 때다.” 그는 투기적 거래가 얼마나 무모한지 경험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고 뒤늦게나마 투기적 거래를 하지 말라고 충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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