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국민연금’ 노후가 불안하다](下) ‘만성적 인력난’ 겪는 국민연금, 인력 유지가 힘들다

입력 2020-09-26 09: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국민연금 운용역 대마초 흡입 혐의 논란을 ‘조직적 일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연금의 구조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연금에 대한 쇄신의 필요성이 언급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만성적 적격 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기금 운용 차질에 대한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23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력은 총 277명으로 지난해 말 기준(258명)보다 늘어났다. 채용 인원이 상대적으로 늘었고 퇴직자 수는 소폭 줄었기 때문이다.

◇매년 채용하지만...인력 확대 아닌 빈자리 메우는 꼴= 기금운용본부의 채용은 1년에 2~3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하지만 매년 퇴사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탓에 기금운용본부의 채용은 인력 확대가 아닌 결원을 메우기 위한 조치가 돼버렸다. 지난해부터는 그간 뽑지 않았던 투자 실무경력 1년 이상 3년 미만의 저연차 인력(주임 운용역)을 뽑기도 했다. 인력 확보와 유지에 어려움을 겪자 상대적으로 지방 근무에 부담이 덜한 저연차 인력을 뽑게 된 것이다. 7월 채용 공고를 내 현재도 채용을 진행 중이지만 2020년에는 운용인력을 500명까지 늘리겠다는 2018년 국민연금의 목표를 감안한다면 만성적인 인력난이 이어지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기금운용직원 퇴직 사전 예고제’를 추진하기로 하고 기금본부 운영규정 시행규칙 일부 개정규칙 안을 입안 예고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퇴사로 인한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퇴직자에게 퇴직 희망일로부터 30일 전까지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의 인력난은 수장과 실장급도 피해가지 못한다. 기금운용본부의 수장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자리도 2018년 10월 안효준 본부장이 선임될 때까지 1년 3개월간 공석이었다. 752조 원이라는 거대한 자금을 책임지는 ‘자본시장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있지만 ‘왕관’의 적임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CIO 직이 공석인 기간 직무대리를 맡았던 조인식 해외증권실장도 2018년 7월 중도 사퇴해 실장급 간부 3명의 자리가 공석이 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성과 엄격한 도덕성은 요구되는 자리지만 정작 자율성과 독립성은 보장받기 어려운 자리”라면서 “낮은 보수, 3년간 취업 제한, 정치적 외압 등 부담이 큰 자리다 보니 선뜻 도전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계 주요 연기금은 각국 수도나 금융허브에 위치”= 전문가들은 인력난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로 국민연금의 전주 이전을 지목한다. 2015년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하면서 대대적인 인력 이탈을 겪었고 적격 인재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 국민연금 출신 인사는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이 본사는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운용인력은 서울사무소를 마련해 남겨둔 이유가 있지 않겠냐”고 반문하면서 “업무상 국내외 금융기관과 교류가 많은데 지방에 있다 보면 효율성도 떨어지게 되고, 우수 인재가 지방 근무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민연금 운용역들은 위탁운용사나 관계기관, 해외 기관 등의 미팅을 한꺼번에 잡아 서울과 전주 출장을 오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의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발전위원회는 전주 이전 이후 국민연금 기금운용역들의 퇴사가 이어지자 서울사무소 설치를 공식 권고한 바 있다. 일본 국가연금(GPIF), 캐나다 국가연금(CPPIB),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PG) 등 세계의 주요 공적연금 운용조직은 각국의 수도나 금융허브에 있다.

국민연금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은 마리나베이에서도 제일 전망 좋은 건물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곧 직원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요소”면서 “본사 위치가 기금의 수익률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순 없지만, 기금을 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교통비 또 오른다?…빠듯한 주머니 채울 절약 팁 정리 [경제한줌]
  • 기본으로 돌아간 삼성전자…'기술-품질' 초격차 영광 찾는다
  • "비트코인 살 걸, 운동할 걸"…올해 가장 많이 한 후회는 [데이터클립]
  • 분당 ‘시범우성’·일산 ‘강촌3단지’…3.6만 가구 ‘1기 선도지구’ 사업 올라탔다 [1기 선도지구]
  • 美ㆍ中 빅테크 거센 자본공세…설 자리 잃어가는 韓기업[韓 ICT, 진짜 위기다上]
  • 재산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남보다 못한 가족들 [서초동 MSG]
  • 9월 출생아 '두 자릿수' 증가…분기 합계출산율 9년 만에 반등
  • 연준 “향후 점진적 금리인하 적절...위험 균형 신중히 평가”
  • 오늘의 상승종목

  • 11.2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0,072,000
    • -1.11%
    • 이더리움
    • 4,795,000
    • +0.84%
    • 비트코인 캐시
    • 703,000
    • +1.15%
    • 리플
    • 1,935
    • -2.32%
    • 솔라나
    • 324,300
    • -1.94%
    • 에이다
    • 1,350
    • +0.22%
    • 이오스
    • 1,103
    • -4.75%
    • 트론
    • 278
    • +0%
    • 스텔라루멘
    • 621
    • -6.76%
    • 비트코인에스브이
    • 93,400
    • -1.42%
    • 체인링크
    • 25,290
    • +4.37%
    • 샌드박스
    • 838
    • -7.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