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선위, 삼성바이오 임원 해임 권고 처분 취소"

입력 2020-09-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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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ㆍ2차 처분 구별되지 않는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 누락을 이유로 대표이사 등 임원 해임 권고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24일 삼성바이오가 증선위를 상대로 "임원 해임 권고 등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1차 처분은 2차 처분에 흡수·변경돼 1차 처분이 2차 처분과 구별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증선위가 2018년 7월 25일 삼성바이오에 내린 1차 처분은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4조50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봤다. 삼성바이오가 2012년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보유한 에피스 콜옵션 부채를 의도적으로 누락해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판단이다.

이를 근거로 증선위는 2018년 7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등 담당 임원의 해임 권고와 감사인 지정 3년 등의 처분(1차 제재)을 내렸다. 증선위는 11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최종 판단을 내리면서 과징금 80억 원, 대표이사 해임 권고, 재무제표 재작성 등의 추가 처분(2차 제재)을 했다.

이에 삼성바이오는 1·2차 제재에 대한 집행정지와 함께 각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두 건의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증선위 처분으로 삼성바이오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고, 분식회계에 관한 판단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줬다.

그간 삼성바이오는 "1차 제재와 2차 제재는 서로 양립할 수 없다"며 "1차 제재의 논리를 수정해 2차 제재를 최종적으로 내린 만큼 사실상 1차 제재는 철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선위는 "1·2차 제재는 위반 사항이 다르다"며 맞섰다. 1차 제재는 합작 콜옵션과 자금조달 의무를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이고, 2차 제재는 2015년도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회계기준을 위반해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 위반 사항이라는 취지다.

한편 삼성바이오가 2차 제재를 취소해달라며 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다음 달 14일 본격적인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소송은 2018년 11월 법원에 접수된 지 2년 가까이 공전을 거듭해 왔다. 증선위 측이 행정 처분의 근거가 된 자료 제출을 거부해서다.

증선위 측은 해당 문서가 삼성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1일 검찰 수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행정 소송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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