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건설업체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공동주택용지의 해약신청을 받고 있지만 신청률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약을 해봤자 돈이 건설사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금융기관 채무 변제에 고스란히 사용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10.21 건설대책에 따라 지난달 31일부터 주택건설업체로부터 공동주택용지 계약해제 접수를 받고 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접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11일까지 접수된 건수는 단 10건에 불과하며 이들 토지를 전부 해약한다고 했을 때 토지공사가 돌려줘야 할 금액은 1000억원 안팎에 그치고 있다.
하루 1건도 접수되지 않는 실정으로 애초 정부가 해약에 따라 토지공사가 지불할 금액을 2조원 가량으로 추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공공주택용지의 해약 신청이 저조한 것은 해약하더라도 환급금이 건설업체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건설업체가 해약을 서두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공사는 해약해 줄 경우 계약금 10%는 토지공사로 귀속시키고 나머지 중도금에 대해 민법상 이자 5%를 보태 환급해 주지만 건설업체가 아니라 금융기관에 곧바로 지급한다.
건설업체의 유동성 지원을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지만 사실은 금융기관이 빚을 회수해 건전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와 관련 한 건설사 관계자는 "힘들게 좋은 땅을 잡아놨는데 재구입 시 우선권이 전혀 없다"며 "돈이 없어 연체까지 하게 된 마당에 해약하면 금융기관과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계약이 자동으로 해제되면서 대출금 전액을 갚아야 되는 데 섣불리 해약할 업체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아직 신청기간이 얼마간 남아 있어 뒤늦게 건설사들의 신청이 몰릴 확률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동주택 용지의 해약 허용이 실효성이 없고 유동성 확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자 공공택지가 많은 22개 건설업체는 최근 협의회를 구성해 공동대응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