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폭등과 이에 관련한 부유세 개념으로 도입됐던 종합부동산세가 13일 오후2시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싸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재 접촉'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확대되고 있는 종부세 위헌 문제는 여야가 첨예히 대립하고 있는 만큼 위헌 또는 합헌 판결은 부동산시장을 넘어 전 사회적 문제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위헌 여부, 쟁점은 세대별 합산과세
종합부동산세는 지난 2003년 10월 29일 정부가 이른바 10.29대책에서 내놓은 '부동산 보유세 개편방안'에 따라 마련됐다. 1년 간의 유예간을 두고 2005년부터 본격 시행됐던 종합부동산세는 도입 초기부터 위헌 논란에 부딪혔다.
당시 종부세 반대론자들은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와 양도세에 따른 이중과세'를 가장 큰 쟁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주택에서 거주의 이익이라는 소득이 꾸준히 발생한다는 논리에 따라 무마되고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입법화된 바 있다.
종부세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와 양도세에 따른 이중과세'부분은 이번 헌재의 판결에서는 벗어날 예정이다.
헌재가 이번 소송에서 판결할 쟁점은 ▲세대별 합산 과세 ▲1가구 1주택 보유자 부과 ▲과도한 세율 여부 등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우선 세대별 합산과세 부분은 종부세 자체가 위헌이 아니더라도 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요인이다.
세대별 과세가 금지되면,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에 부동산 명의를 분산시켜 다수의 집과 토지를 보유하더라도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거나 과세액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합헙론자들은 가족의 구성원은 경제적으로는 '가계'라는 생활단위를 구성하는 만큼 합산 과세에 위헌 요소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혼 상태의 독신자들이 각기 재산을 관리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 종부세가 과세된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위헌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한 부과나 과도한 세율은 큰 쟁점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종부세 과세표준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회복시키고, 세율도 절반으로 낮추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위헌판결 가능성도 적고, 설령 위헌 판결이 나더라도 별다른 파급효과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위헌'판결 가장 유력
한편 헌재의 결정은 합헌, 일부 위헌, 위헌 헌법 불합치 등 4가지 중 한가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합헌으로 나올 경우 종부세 환경은 지금과 틀려지지 않는다. 다만 새정부 들어 추진된 종부세 개정안 대로 과세표준액이 현재 6억원에서 9억원까지 늘어나고 세율도 일부조정이 있을 전망이다.
쟁점에 따른 일부 위헌 판결이 나면 해당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게 된다. 쟁점 중 가장 위헌 가능성이 높은 조항은 세대별 합산과세 부분으로, 만약 이 대목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나면 가구별 합산으로 인해 내게된 종부세는 환급해야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위헌 판결이 나게 되면 종부세 폐지는 물론 지난 4년간 거둔 종합부동산세를 모두 환급해야할 처지에 놓인다.
국세청 국감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05년부터 3년간 5조1000억원의 종합부동산세를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환급 절차도 복잡하다. 납세자 연맹에 따르면 2005∼2007년도분 종부세 납부자 가운데 체납에 의해 고지서를 받고 납부한 사람들은 환급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환급 자격을 둘러싸고도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측된다.
마지막으로 법안의 조속한 개정을 요구하는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내려지면 종부세법을 대폭 뜯어 고쳐야 한다. 이 경우 개정되는 부분에 따라 종부세 환급이 추진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일부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판결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접촉 사실대로라면 '세대별 합산과세' 부분에 대한 일부위헌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진다. 하지만 이같이 일부위헌이나 헌법 불합치, 또는 위헌 판결이 나게 되면 이에 반대하는 정치권의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부세 약화되면 부동산 거래시장 활기 줄 듯
종부세 위헌 여부는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종부세가 폐지되면 다주택 소유자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다주택 소유 가구의 경우 반드시 매매를 통한 차익 실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녀들에게 집 장만을 해주려는 의미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부동산 거래시장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년 이후 부동산시장이 침체된데 이어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 부동산 거래에 부담이 됐던 규제들이 일부 완화되고 있기 때문. 물론 종부세 약화에 따라 이른바 '종부세 회피 매물'은 다시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만큼 집 매매에 나서게 될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런 집부자들에 대한 방어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종부세가 완화된 만큼 주택 매매를 통한 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를 막을 수 있는 제도의 한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양도세 중과세 부분도 손을 대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큰 손'들의 다주택 매입은 더욱 쉬워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06년 이후 약세 일로를 보이고 있던 강남 등 이른바 '버블 세븐'지역의 고가 아파트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크다. 종부세 부담이 감소한 만큼 강남권 내집마련을 희망하는 수요자들이 재건축 신규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양은열 수목부동산 연구소장은 "종부세가 약화된다면 강남권 큰 손들이 다시금 부동산 시장에 모일 계기가 될 것"이라며 "큰 손들이 먼저 움직이게 되면 이로 인해 부동산 거래 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합산 과세가 폐지되는 만큼 강북이나 수도권 중가 아파트들도 강세를 보이게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부동산뱅크 이정민 컨텐츠팀 팀장은 "종부세 대상에 '턱걸이'했던 중산층들의 경우 종부세 약화에 따른 제1의 수혜자가 된다"며 "이들이 자녀를 위한 주택 마련 등 주택 마련에 나설 경우 중저가로 형성돼있는 서울 강북의 소형 아파트나, 수도권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도 함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