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매각작업이 올해 안에 마무리 짓겟다는 정부 측 입장과 달리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해외사업장 점검에만 수주일이 소요되는 데다 최종 인수대금 확정과 잔금 마련 부분에서 양측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과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컨소시엄은 지난 11일부터 대우조선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13일 오전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최초 매각 일정에 비춰보면 이미 지난 달 말 MOU를 체결하고 본 실사에 들어가야 했지만 약 2주 가량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산은은 당초 밝혔던 바와 같이 올해 안에 대우조선 매각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우선협상자가 되고나서야 인수대상 기업의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수 있었을 텐데 정부가 너무 정해놓은 일정대로만 추진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대형 인수전을 일정에 쫒겨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측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실사할 부분이 매우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중국과 루마니아 등 대우조선 해외사업장을 점검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시한 인수가격은 비밀유지 의무 때문에 밝힐 수 없지만 시장 전망으로도 6조원 이상의 막대한 금액이 투자되는 사업인데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세밀하게 실사해야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화는 이미 그룹 경영기획실 재무팀장인 홍동옥 부사장을 단장으로 한 100여명의 본 실사단을 구성, 대우조선 실사를 위한 준비작업을 마친 상태이다.
하지만 인수대금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정밀한 실사를 위해 실사기간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양측의 이견 좁히기가 쉽지많은 않은 상황이다.
산은은 이에 대해 "한화 측과 원만한 협상을 통해 조속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대우조선 매각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양측의 이견이 가장 큰 부분은 잔금 처리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MOU를 체결하게 되면 한화는 이행보증금 약 3000억원 가량을 납부하고 내년 1분기까지 잔금을 치르고 지분을 인수한다는 계획이지만, 산은은 올해 안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지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화는 6조원 이상의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대한생명 등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침체 등으로 인해 매각작업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자금 마련을 위한 시간벌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양측의 이견이 팽팽한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는 MOU 체결의 장기화를 넘어 협상 결렬로 인한 대우조선 매각 백지화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MOU 상의 내용이 전체 매각과 관련된 내용의 절대 부분을 차지하는만큼, 세부 사항을 놓고 양측의 이견 조율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최근 실물경기 위기론마저 확산되는 상황에서 기업은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갖가지 '설'(說)들이 나돌고 있지만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을 한화가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까지 감안하면 MOU 체결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