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증권사 신용융자 고금리 제동…이자수익 감소 불가피

입력 2020-09-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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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이는 이른바 ‘빚투’ 열풍이 거센 가운데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고금리 신용융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묻지마식’ 고금리 확정이 아닌, 산정 근거를 밝히고, 합리성ㆍ투명성을 확보하라는 취지에서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투자협회와 ‘금융투자회사의 대출 금리 산정 모범 규준’ 개선을 위한 막바지 논의 단계를 밟고 있다. 해당 작업이 마무리되면 신용융자 금리 합리화ㆍ투명화 방안이 이른 시일 내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금투협의 모범 규준에 따라 회사별로 이자율을 산정하고 있다. 해당 모범 규준은 조달금리, 가산금리를 구분한 뒤 각 회사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산정하라고만 적시됐다.

증권사들은 모범규준에 따라 30일 이하 단기금리로는 4~7%대, 91일 이상 장기금리로는 7~9%대를 적용하고 있다. 증권사별로 금리 편차도 크지만, 투자자들이 금리 산정 근거를 알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사실상 ‘깜깜이’ 금리 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KB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증권사의 평균 이자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회사의 공시 이자율의 차이와 신용 사용 고객의 실제 사용 기간의 차이 때문”이라며 “최근 기준금리시중금리의 하락이 진행됐으며 대출금리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빚투’ 열풍에 편승해 증권사들이 고금리를 통해 과도한 이익을 취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수차례 인하하는 동안에도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이자는 한차례도 안 내린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조달 비용이 어떻게 되는지, 가산금리는 어떻게 산정되는지 주기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예상되는 형식은 금투협의 모범규준 개선을 통한 증권사 자율 규제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산정 방식이 투명화ㆍ객관화될 경우 기준금리ㆍ시중금리 인하분 반영 등으로 신용융자 금리도 일정 부분 내려갈 전망이다.

증권사 수익엔 타격이 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증권사 세전이익에서 신용융자, 예탁증권 담보 융자 등 신용공여 이자수익이 증권사 세전이익에서 최대 44%를 차지했다. KB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신용공여의 이자율을 0.5%포인트 인하한다면, 연간 기준으로 미래에셋대우 188억 원, 삼성증권 160억 원, 한국투자증권 133억 원, NH투자증권 131억 원, 키움증권 95억 원, 메리츠증권 24억 원 순으로 이자수익 감소가 점쳐진다.

한편 일각에선 신용융자 금리가 떨어지면 빚투 광풍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은행들의 신용대출 급증 추세와 관련해서는 속도 조절을 위한 자율적 관리를 요구하면서 증권업계엔 역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등 정책 간 엇박자를 빚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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