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탐욕이 빚은 은행권의 민낯

입력 2020-10-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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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근 금융부 기자

우리는 도덕적이면서도 풍족하게 살길 바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에 대한 집착이 큰 것은 당연한 논리다.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향한 열망은 끝이 없다. 풍족하게 살려면 도덕적인 삶을 포기해야 할까? 영화 ‘기생충’은 돈에 의해 위계질서(계급)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신랄하게 보여준다. 냉혹한 자본주의 현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도덕의 경계가 점점 사라진다. 금융범죄를 저질렀지만 “인생 편하게 살겠네”, 비판보다는 비아냥과 부러움이 먼저인 세상이다. 고객의 돈을 만지는 은행원에게 도덕성과 준법정신은 필수다. 하지만 돈이라는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금융사고가 대변한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영 의원이 조사한 ‘최근 5년간 은행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20개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186건으로 집계됐다. 사고 금액은 총 4884억 원에 달했다. 금융사고 유형별로는 횡령·유용이 90건(48.4%)으로 가장 많았고, 사기가 57건(30.6%)으로 뒤를 이었다. 사고 금액 기준으로는 사기가 4034억 원(82.6%)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A 차장이 76억 원 규모의 ‘셀프 대출’로 주택 29채를 사들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가 집중적으로 주택을 매입한 시기는 부동산 상승기였다. A 차장은 부동산을 처분해 50억~60억 원의 차익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셀프 대출을 뒤늦게 적발한 기업은행은 해당 직원에게 면직 처분을 내렸고 대출금 전액 회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A 차장을 처벌하더라도 50억 원이 넘는 부동산 차익은 환수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법적 근거가 부족해 부동산 차익이 ‘범죄수익’에 포함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승자는 A 차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의 도덕성이 중요한 건 두말할 것 없다. 해마다 발생하는 금융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은행 스스로 내부감시 시스템을 강화해 ‘도덕적 해이’에서 발생하는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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