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비를 부정하게 사용했다가 환수 결정이 내려진 금액이 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환수율은 60%에 불과해 R&D 비용 부정 사용을 예방하는 동시에 철저한 환수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R&D 비용 부정 사용으로 환수가 결정된 금액은 총 1091억9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부정 사용 유형별(건수 기준)로는 연구개발 목적 외 사용이 37.9%로 가장 많았고 허위 및 중복증빙(19.7%), 인건비 유용(15.4%), 납품 기업과 공모(14.6%) 등이 뒤를 이었다.
사례를 보면 2010년 1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5MW(메가와트)급 대형 해상풍력발전 시스템 개발' 과제는 연구용역을 받은 중소기업이 연구비를 무단 인출해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 정부 출연금 46억2000만 원 전액을 환수했다.
2014년 7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Zn-Mg 및 Zn-free형 Al-Mg계 표면처리 강판소재' 과제와 관련해선 한 중소기업이 허위로 작성한 용역발주 서류를 제출해 사업비를 유용한 사실이 검찰 수사 등으로 확인돼 정부 출연금 44억8000만 원에 대한 전액 환수가 결정됐다.
이처럼 R&D 비용 부정사용 사례가 다수 적발돼 환수 결정이 내려졌지만, 실제로는 수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환수 결정액 중 돌려받은 금액은 668억2000만 원으로 회수율이 61.2%에 그쳤다.
R&D 비용 부정 사용이 적발된 지 5년 이상 지난 과제의 회수율도 저조했다.
2014년 환수 결정액 139억6000만 원 중 환수가 모두 끝난 금액은 36억3000만 원으로 26.0%에 불과했다. 2012년(45.9%)과 2013년(49.6%) 환수 결정액 역시 절반도 돌려받지 못했다.
일례로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Zn-Mg 및 Zn-free형 Al-Mg계 표면처리 강판 소재' 과제 관련 환수 결정액 44억8000만 원 중 돌려받은 금액은 0원이다. 부정 사용한 중소기업이 폐업했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한 중소기업에 지원한 '해양플랜트 NL Tensioner Cylinder 패키지 개발' 과제비(22억3000만 원) 역시 2013년 4월 자체 감사에서 연구개발 목적 외에 사용한 사실이 적발돼 환수하도록 했으나 해당 기업이 폐업한 탓에 현재까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양 의원은 "R&D 비용이 부정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관리하는 동시에 부정 사용 시에는 단기간 내 끝까지 환수한다는 점을 관련 당국이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