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 만들겠다던 이재정 경기교육감...학교 통폐합 '변질'

입력 2020-10-05 15:11 수정 2020-10-0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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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지 확보 난항에 선회…경기도교육청 "폐교, 통폐합 투트랙"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비대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비대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폐교를 활용해 학교자치 모델을 만들겠다는 경기도교육청의 ‘경기미래학교(미래학교)’ 사업이 애초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학교 사업 전담 부서는 최근까지 폐교를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지를 찾지 못하자 궁여지책으로 학교 통폐합 사업까지 살피고 있다. 이재정 교육감의 취임 2년 역점 사업인 미래학교가 ‘폐교 살리기’에서 이전 정부에서 장려했던 ‘학교 통폐합’으로 변질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폐교 용지 섭외 난항…개교 일정 지연

이 교육감은 지난달 16일 가진 비대면 언론 기자회견에서 폐교를 활용해 새로운 교육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폐교는 ‘미래학교’ 부지 일부로 활용되며 공동체 자치학교로 쓰일 예정이라고 했다.

폐교 모형은 문화예술교육분야의 공립형 대안학교인 ‘해리포터스쿨’과 다문화 국제학교인 ‘군서미래국제학교’가 있다. 군서미래국제학교는 내년 3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해리포터스쿨 등 미래학교 부지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내 폐교부지 89곳 중 현재까지 자체 교육환경평가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했다.

경기도교육청 미래학교기획팀 관계자는 "미래학교 용지로 물망에 올랐던 경기 연천 대광중 역시 학교 주변 가축 시설 등 유해시설이 있다는 이유로 교육청 자체 검토에서 최근 제외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학교가 공동체를 모델로 하다 보니 100여 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들어갈 기숙사 용지가 필요하다"며 "대부분의 폐교가 지역 소규모 학교라 부지 규모가 작다. 학교가 폐교로 비어 있어도 대부(임대)된 폐교가 대부분이라 (폐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미래학교가 ‘대안학교’ 성격을 가진다는 점이다. 미래학교 가운데 하나인 해리포터스쿨은 중·고교 통합운영 대안학교로 운영될 계획이다. 경기도교육청 미래교육정책과 관계자는 “‘대안학교’라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대부분이라 대체로 폐교 용지 섭외가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해리포터스쿨 개교일정도 내년 3월에서 9월로 지연됐다.

부천·평택 폐교 분교 자리에 ‘미래학교’ 설립 논의 중

경기도교육청은 상황이 여의치 않자 '학교 통폐합' 이후 발생한 폐교를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미래교육정책과 내에 미래학교기획팀(1팀)에 기존의 미래학교 부지인 폐교 부지 등을 살펴보는 업무를, 미래학교기반조성팀(2팀)에 지역별 적정규모 통폐합 학교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추진하는 업무를 맡겼다.

경기도교육청 미래학교기반조성팀 관계자는 “소규모 학교 내 학생·교사 수 등 적정 규모에 따라 학교 통폐합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통폐합 추진 과정 후 폐교된 학교 용지는 해리포터스쿨 등 미래학교를 설립하기 위한 폐교 용지로도 활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학교 모형 부지를 찾는데) 1팀과 2팀 간 일을 조율하며 폐교 용지 활용과 함께 학교 통폐합까지 넓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기도교육청이 주목하는 곳은 부천 덕산초대장분교장과 평택 내기초신영분교장이다. 이들 학교는 각각 부천 덕산초, 평택 내기초와 내년 3월 통폐합된다.

부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최근 (도교육청) 미래학교 담당자가 두 학교 통폐합과 관련해 폐교 부지 자리를 살펴보고 갔다”고 밝혔다.

"용지 찾겠다고 학교 통폐합, 교육을 경제논리로 본 것"

교육계에서는 이 교육감의 ‘폐교 살리기’가 현 정권이 지양하는 학교 통폐합을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학교 통폐합 정책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소규모 학교를 폐지하는 것으로 이전 정부가 장려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지역 사회 소멸 문제 등의 이유로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 통폐합’ 이후 생긴 폐교 용지에 미래학교를 설립하려다 보면 일정 부분 ‘학교 통폐합’을 유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승학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경기교총) 교권정책국장은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은 ‘폐교 살리기’와는 완전히 정반대 방향의 정책일 뿐"이라며 "교육을 경제논리로 본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책을 발표했으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같은 맥락으로 수정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국장은 “선생님이나 학생이 적더라도 마을에서 학교가 구심체가 돼 하나의 문화 공간을 이루고 있는데 (이와 같은 구조를) 경쟁력의 논리로 파괴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단순하게 폐교 부지 찾기가 어려워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지금 교육 당국의 노선과도 엇갈린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미래학교 설립을 위해) 이미 폐교된 부지를 우선적으로 보면서 지역 내 학교 통폐합 현황도 두루 살펴보고 있다"면서 "투트랙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유도한 바 없다”고 밝혔다.

▲경기미래학교 모형 (경기도교육청)
▲경기미래학교 모형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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