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무료 진료 봉사 활동 펼친 의사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를 돌보던 한원주 의사가 지난달 30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4세.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한원주 의사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마지막 말이다. 한원주 의사는 1926년 경남 진주에서 의사였던 아버지 한규상과 어머니 박덕실 여사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님 두 분 다 항일 운동을 했던 독립운동가였다.
그는 1949년 고려대 의대 전신인 경성의학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해 산부인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내과 전문의 자격을 딴 뒤 귀국해 개업의로 활동했다.
한원주 의사는 지난 수십 년간 무료 진료 봉사를 해오며 이타적인 삶을 실천했다. 무료 진료를 시작한 건 40여 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였다. 1978년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의료봉사의 길로 인도했다.
1988년 운영하던 개인병원을 폐업하고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부설 의료선교의원을 개원해 수십년간 무료 진료 봉사활동을 했다. 이타적인 삶에는 쉼이 없었다. 해마다 휴가 때에는 해외에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2008년부터는 요양병원의 의사로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매그너스 요양병원 내과 과장으로 활동하며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환자를 돌봤다. 2016년에는 지난 삶을 회고한 ‘백세 현역이 어찌 꿈이랴’라는 수필집을 냈으며, 지난해 가을에는 해당 수필집을 재출간할 만큼 왕성하게 활동했다.
왕성하게 환자를 돌보던 그는 지난달 중순께 노환이 악화해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다. 말년에 헌신했던 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겠다는 뜻에 따라 지난달 23일 매그너스 요양병원으로 돌아왔다. 그 후 그곳에서 생애 마지막 일주일을 보낸 뒤 세상을 떠났다.
매그너스 요양병원 관계자는 "모든 직원의 정신적 지주였던 원장님께서 돌아가셔서 갑자기 어깨가 다 무너진 것 같다"며 "환자분들도 한마음으로 안타까워하고 슬퍼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