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위기 극복 '동행'…"더불어 돕는 공정사회가 공존의 길"

입력 2020-10-06 10:37 수정 2020-10-0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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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ㆍ김호기ㆍ박남기 제언…코로나19 평등과 포용으로 이겨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인류에 커다란 교훈을 안겼다. 코로나19가 일깨운 우리 사회의 평등과 공정의 중요성이 바로 그것이다.

코로나19는 잔인하게도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겼다. 이들은 코로나19에 더해 당장 먹고 사는 문제로 위태롭다. 공정한 평등사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반드시 이뤄내야할 과제다.

슬기로운 해결책은 ‘동행’이다. ‘나’가 아닌 ‘우리’, ‘공동체’를 위한 연대와 협력 만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촘촘히 얽혀있는 인류…대재앙 앞에 ‘속수무책’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촘촘히 얽혀있는 공동체라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코로나19는 교통수단, 매개체 등의 발달로 과거 페스트, 천연두, 콜레라, 독감 때보다 더욱 이른 시일 안에 퍼졌다”면서 “잊혀왔던 사실인 ‘전 세계가 촘촘히 얽혀있다’는 점을 인류에게 확실히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는 국제 사회가 하나의 운명체인 만큼 결국 모두가 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줬다.

박 대표는 “팬데믹과 같은 세계적 대재앙 앞에서 인류는 속수무책”이라며 “결국 이번 위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안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 세계의 모든 구성원이 하나로 연결된 운명 공동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러한 관점에서 각국의 경제정책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스페인과 독일 등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발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유럽연합(EU)이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제 도입을 다시 논의 하기 시작했다”면서 “한국도 코로나19로 악화된 경제회복을 위해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가 고착화한 ‘실력주의 사회’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취약한 고리도 낱낱이 드러냈다. 구로 콜센터, 쿠팡 물류센터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일할 수밖에 없는 곳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났다. 요양병원, 장애인 시설, 아동복지 시설도 피해 가지 못했다. ‘예방적 차원’으로 이들 시설은 코호트 격리(환자, 의료진 전원 격리) 대상이 됐다.

박남기 한국교육행정학회장(광주교대 교수)은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이 코로나19에 취약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사회적 소수자에게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위기는 평등하지 않았던 셈”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렇게 개인이나 집단 간 계층이 구분돼 사회적·경제적으로 이익이 배분되는 현상을‘실력주의 사회’라고 정의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부의 양극화가 나날이 심해졌고, 공정성과 정의에 대한 개념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이 같은 실력주의 사회가 더 고착화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개입은 적을수록 좋다는 도그마 깨졌다”

코로나19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꿔놨다. 미국은 소비 진작을 위해 대대적인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으며, 영국은 6개월 동안 수백만 명의 노동자 월급을 80%까지 보조해 줬다. 보수적인 재정 운용을 해온 독일은 위기관리를 위한 재정확대를 위해 정부 부채 한계를 정해 놓은 법까지 폐기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팬데믹은 국민의 삶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자연스레 강화했다”며 “국가는 의학적 방역을 위해 다양한 안전 정책을, 경제적 방역을 위해 강력한 재정정책을 추진했다”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를 지배하던 신자유주의 이론도 산산조각 났다. ‘정부는 비효율적이고 시장은 효율적’이라는 도그마가 깨졌다.

김 교수는 “국가의 귀환을 가져온 포퓰리즘과 코로나19 팬데믹을 지켜볼 때 무엇이든 자율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신자유주의는 크게 후퇴할 것”이라며 “대신 강화된 국가의 위상은 앞으로 상당 시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백신 개발 등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바이러스 폭풍은 이제 우리 인류가 일상적으로 당면할 과제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주도하는 ‘안전한 국가’는 어느 나라든 매우 중대한 과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한동안 불평등과 일자리 문제 해결, 안전을 위한 ‘강하고 유능한 국가’ 패러다임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선 포용적 경제가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할 포용적 정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 사회’로 나아가야… “포용과 협력 필요”

코로나19는 앞만 보고 달려나가던 인류에게 ‘쉼표’를 선사했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하고, 불공정과 불평등이 일상이 된 우리 사회에 성찰의 시간을 줬다.

박영숙 대표는 “자본주의 아래에서 노동의 가치는 보수에 비례한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면서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보수를 받지 않는 육아, 가사 노동은 물론 의료, 교육, 배달 등에서 이뤄져 온 노동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남기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임금이 적은 노동 분야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팬데믹 이후에는 포용과 협력이 중심이 된 ‘근로의욕 고취형 복지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불합리한 임금 및 고용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공정 사회’와 ‘보편적 복지’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됐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았지만 고통은 평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용 취약계층과 소득 취약계층은 생계가 위태롭다”며 “정부는 이들에게 공정한 해결책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유명 경제학자들이 불평등을 완화할 정책으로 금융 투명성 강화, 기업지배구조 개선, 누진적 소득세, 글로벌 자본세 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노동계급 안의, 나아가 지구적 차원에서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압착’(미국에서 대공황 이후 소득 격차가 급격히 줄어든 현상)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부여된 가장 중대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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