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청년 기본소득 실험, 의미 있지만 방식은 잘못"

입력 2020-10-06 14:03 수정 2020-10-0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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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받는 쪽 생활 당연히 좋아질 것
전문가들 "결과 정치적 해석 될 수 있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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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기본소득 정책 효과와 타당성 검증을 위해 서울 서초구가 국내에서 처음 실험에 나선다. 서초구의 청년 기본소득 실험 시도는 긍정 평가하지만 비교 분석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초의 기본소득 실험'…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서초구는 5일 ‘청년 기본 소득 실험을 위한 조례개정안’을 구의회에 제출했다. 이달에 열리는 구의회 본회의에서 조례가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서초구는 구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만 24~29세 청년 1000명을 서류심사로 선발한다. 이 중에서 300명을 무작위로 뽑아 2년간 매월 52만 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 올해 기준 1인 가구 생계급여에 해당하는 액수로 총 1248만 원을 준다. 나머지 700명은 기본소득을 받지 않고 설문조사에 응하면 실비를 지급한다. 설문조사 문항 개수와 내용, 횟수는 물론 지급 금액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서초구는 두 집단을 비교ㆍ분석해 청년 기본소득이 생활방식과 삶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종합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뿐 아니라 식생활, 구직 활동에서의 차이도 확인할 예정이다.

전문가들 "실험 자체는 의미있다"

이번 서초구의 실험은 효과 논쟁에 대한 실증적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간 정치권과 지자체들은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냈지만 국내에서는 정책 효과를 검증할 만한 실험이 시도되지 않았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청년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최대 6개월, 경기도는 분기당 25만 원씩 1년에 1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액수가 적어 기본소득이라고 부르기엔 한계가 있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로 국한해 실험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자체가 기본소득 성과에 대한 측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역시 "중앙정부가 안 하고 있으니 자치구가 선도적으로 실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 과학적 검증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청년들이 지금 아르바이트도 못 하는 상황에서 기회의 사다리를 주려면 기본소득이 답이 될지 실험해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뉴시스)

효과 검증 미지수…"실험 구조가 문제"

국내 최초로 기본소득에 관한 실험이 진행된 데 의의가 있지만 효과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실험 구조에 맹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쪽은 기본소득을 받는데 다른 한쪽은 그렇지 못한다면 애초에 기본소득을 받는 쪽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기본소득 실험 중 하나는 기존 현금급여를 기본소득방식으로 대체하면서 효과를 보는 것"이라며 "현금급여를 받지 않는 청년 300명이 매월 52만 원을 받는다면 삶이 나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나머지 700명에게도 52만 원을 다른 방식으로 줘야 재정 투입에 따른 비교 효과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 교수도 "실험집단과 통제집단 설정이 적절하지 않다"며 "이 실험으로 효과를 분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 결과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는 "기본소득을 주려면 사회보장제도를 뜯어고쳐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걷잡을 수 없는 표퓰리즘 정책으로 귀결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오 위원장은 "결과 해석이 정치적이고 인위적일 수밖에 없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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