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이후 주택시장은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취득세를 중과한 지난 8월 중순 이후 주택 투자자의 시장 진입 벽이 높아졌고, 실수요자도 입주할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워졌다.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에 대한 정부의 해석이 혼선을 빚으면서, 실입주자가 입주할 매물을 살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오히려 실입주자일수록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것)를 해야하는 웃지 못할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서울ㆍ수도권의 전세수급지수는 200점 만점에 190을 넘으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방의 전세수급지수도 170을 넘으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란 국민은행이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어느 정도 인지를 부동산공인중개사들에게 매달 조사한 지표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에서 산출되는데 기준치 100을 넘어 수치가 클수록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많다는 뜻이다.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전세 눌러앉기가 만연하면서 전세 물량이 극도로 줄어들고, 실입주자조차 매수가 어렵다보니 곳곳에서 전셋값이 매매값을 추월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매매값이 전셋값보다 싸더라도 매매를 선택할 수 없는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 즉 매수할 경우 엄청난 취득세를 부담하거나 실수요자도 실입주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사라진 매매시장도 혼란스럽다. 매매 거래는 큰 폭으로 줄었지만 매매값은 거래량의 30% 이상의 물량이 신고가를 갱신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집값 상승률과 상관없이 집을 사는 것조차 어렵다.
주택시장은 2017년엔 양도세 중과로 팔지 못하게 했고, 2018년에는 종부세 중과로 보유하지 못하게 하더니 2020년엔 취득세 중과로 사지도 못하게 됐다.
이제 취득세 중과로 인한 주택 투자의 문이 닫힌 채 2달 가까이 흘렀다. 이런 와중에 1세대1주택을 법으로 강제할 법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1세대1주택을 강제하면 주택시장은 광풍의 회오리에 빠지게 된다. 이러면 새롭게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새내기 수요자는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전세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그동안 투자했던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으면서 매매값도 하향 안정세로 가게 될까? 아니면 전셋값 폭등이 이어지면서 매매값도 지속적으로 밀어올려지게 될까?
지난 3년간의 공급 감소로 인해 향후 3년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으로 신규 분양 물량도 계속 줄어들 것이다.
실제 9월 이후 서울의 신규아파트 분양이 거의 없어졌다. 자고나면 바뀌는 공급에 대한 룰을 지키면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시행사와 건설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한 전세 눌러앉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임대인이 당장 전셋값을 올려받을 수 없더라도 2년 후에는 시세대로 올릴 수 있다면, 싸게 던질 매물이 많이 나올 수 있을까?
전세 임차인을 보호하면 할수록 전세가격은 더 올라가게 된다.
이제 주택 임대차시장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시작됐다. 임대인과 임차인 당사자 간의 약속이나 계약은 의미가 없어졌다. 계약 이전의 원시 상태로 돌아가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악마가 되어 가고 있다.
정부에게 바란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섣불리 나서지 않기를. 정부가 나섰다간 더 큰 혼란만 가중 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