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후폭풍에 안정세를 찾아가던 국내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초토화 됐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35.42포인트(-3.15%) 하락한 1088.44를 기록하면서 1090선마저 무너져내렸다.
이날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영향으로 국내외 증시가 전반적으로 급락세를 보였다. 전일 미 재무부가 부실채권 회수철회라는 정책 변경으로 뉴욕증시가 급락하면서 전세계 증시에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유가증권시장 역시 미국발 후폭풍과 실물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하며 장 초반 50포인트 이상 급락 출발했다. 이후 코스피시장에서 20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급격하게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한 때 80포인트 이상 폭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오후장 들어 중국 증시의 상승과 더불어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만회했으나 1100선을 탈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이 4160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선 반면 외국인이 3581억원어치를 내다팔면서 하락을 부추켰다. 반면 기관은은 498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 역시 외국인의 매도공세에 급락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11.69포인트(-3.62%) 내린 311.55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21억원, 56억원 동반 순매수를 보이며 지수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 160억원어치를 팔아 결국 310선으로 내려앉았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국내외 증시가 급락하면서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2.0원(2.35%) 상승한 1391.5원으로 마감하며 1400원에 바짝 다가섰다.
동양증권 김주형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재무부의 부실자산인수 철회로 인해 뉴욕증시가 급락한 것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가 극도로 악화돼 시장이 크게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융구조조정이 해결과정에 있지만 단기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시장을 크게 흔든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김 팀장은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옮겨오면서 생각보다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시장에서 이를 막아낼만한 호재가 없는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외국인투자자 역시 안전자산으로의 회피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투자를 회수하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팀장은 "중국 증시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어느정도 안정세를 찾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긴 하나 국내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반응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1100선을 전후로 등락을 거듭하는 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며 "10월이 강한 급락세를 보였던 장이라면 11월은 기간조정을 보이는 장세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금융안정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경기상황에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심 팀장은 "미국 제조업체의 부실화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 역시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당분간 증시의 추세를 하락세를 더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그나마 중국증시가 상승하고 있으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일시적 효과로 수출비중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