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홍콩 민주화 주역’ 조슈아 웡 “영국은 구명보트...홍콩정부, 신뢰 잃어”

입력 2020-10-06 17:40 수정 2020-10-06 17:4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투데이 서면 단독 인터뷰서 밝혀

시작은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였다.

2019년 6월, 100만 명 넘는 홍콩인이 거리로 나와 중국으로의 범죄인 송환법(범죄인 인도조례)에 항의했다. 장기화하는 시위에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평화롭던 시위는 폭력으로 얼룩지기 시작했고, 중국 본토까지 개입하면서 결국 홍콩 민주화 시위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 홍콩 주권을 탄압하는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까지 성립되면서 시위의 선봉에 섰던 민주화 운동의 젊은 주역들에겐 또다시 ‘범죄자’ 낙인이 찍혔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과 네이선 로, 아그네스 차우. 비운의 삶을 선택한 이들 세 사람은 쫓기는 와중에도 각자 있는 곳에서 홍콩 민주화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중 지난해 불법 집회에 참여한 혐의로 지난달 24일 홍콩 경찰에 체포됐다가 세 시간 만에 풀려난 웡에게서 홍콩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우리나라의 추석 연휴 중이던 2일 서면으로 진행했다.

▲지난달 24일 불법집회 및 복면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던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이 석방된 뒤 보석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지난달 24일 불법집회 및 복면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던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이 석방된 뒤 보석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홍콩인의 영국 여권(BNO 여권) 신청이 늘어나는 모습은 마치 국제 사회로 구명보트를 찾아 떠나는 것과 같다. 그만큼 홍콩 당국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웡은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을 떠나려는 시민이 늘어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난관이 예상된다고 했다. 최근 12명의 민주화 운동가들이 대만으로 망명을 신청했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됐고, 일반 시민의 경우 영국 여권 발급을 신청하거나 갱신하는 등 홍콩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반환협정에 따라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영국 정부는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하자 현재 6개월인 영국 체류 기간을 내년부터는 BNO 여권 보유자가 비자를 신청하면 5년간 거주·노동이 가능하게 하기로 했다. 홍콩의 자치권 붕괴에 대비해 사실상 시민권 부여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웡은 “사람들이 민주화를 위해 거리로 나와 싸워왔듯이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린 계속 싸우고 저항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9월 24일, 이미 위헌 판결이 난 ‘복면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불과 3시간 만에 풀려났지만, 웡의 구속이 홍콩 안팎에 상징하는 바는 컸다.

웡은 홍콩에서 벌어지는 시위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자칫 홍콩 금융·자본시장의 안정을 위협한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민주화 운동은 홍콩의 경제적 자유와 시장 안정성을 보장할뿐더러 오히려 강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현 미·중 갈등은 단지 홍콩을 둘러싼 두 나라의 문제만이 아닌,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전 세계 차원의 문제”라며 국제 정세가 홍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피력했다.

웡은 석방되긴 했지만 보석으로 나온 만큼 혐의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무허가 집회 참여로 최대 5년형, 마스크 착용으로 1년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웡은 “이번 구속은 당국이 어떤 식으로든 반대 의견을 침묵시키려는 시도를 보여준 완벽한 사례”라며 “언뜻 보기엔 터무니없고 우스워 보이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당국의 경고이자 수질검사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소한 혐의로 나를 체포함으로써 당국은 국제사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또 그 반응은 얼마나 강한지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체포된) 다른 홍콩인들처럼 구타를 당하지 않고 즉각 변호사와 연락을 취할 수 있었던 부분은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해, 그간 홍콩 경찰이 보여준 폭력적 행태를 에둘러 꼬집기도 했다.

대신 웡은 대만으로 망명을 신청했다가 중국에 체포·구금된 12명의 동료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중국 선전에 구금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청년 활동가 12인의 경우 변호사의 접근 권한도 없고, 암실과 같은 중국 사법 시스템 속에서 고문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며 “나는 전 세계가 이들과 홍콩의 발전에 관심을 가져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웡은 한국인은 물론 한국에 사는 홍콩인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한국의 5.18 민주화 운동은 홍콩인에게 많은 자극을 줬다. 나는 한국인과 한국에 사는 홍콩인들이 더 협심해주길 바란다. 왜냐하면 현재 홍콩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40년 전 광주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여기도 품절이라고요?"…Z세대 '뷰티 방앗간' 된 다이소, 다음 대란템은? [솔드아웃]
  • ‘슈팅스타’ 오늘 첫 방송…‘큰 산’ 최강야구 넘을까? [해시태그]
  • 우리은행장 교체 수순…차기 행장 후보 내주 윤곽 나올 듯
  • 단독 부모-자녀 한 동네 사는 실버타운 만든다더니…오세훈표 '골드빌리지' 무산
  • ‘더 게임 어워드’ 올해의 게임 후보 6선…각 작품 경쟁력은? [딥인더게임]
  • "동덕여대 손해배상 상대 특정 어려워…소송 쉽지 않을 것"
  • 트럼프 등에 업은 머스크, 베이조스 겨냥…“그는 트럼프 패배 원했다”
  • 이재명, 또 입단속…“거친 언행 주의해달라”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7,748,000
    • +0.21%
    • 이더리움
    • 4,660,000
    • +5.48%
    • 비트코인 캐시
    • 682,500
    • -6.63%
    • 리플
    • 1,958
    • +23.69%
    • 솔라나
    • 361,000
    • +5.8%
    • 에이다
    • 1,205
    • +9.15%
    • 이오스
    • 972
    • +7.76%
    • 트론
    • 279
    • +0%
    • 스텔라루멘
    • 398
    • +17.4%
    • 비트코인에스브이
    • 94,300
    • -12.28%
    • 체인링크
    • 21,100
    • +3.63%
    • 샌드박스
    • 492
    • +4.4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