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노출' 독감 백신 사태 일단락됐지만…'불안감'은 그대로

입력 2020-10-0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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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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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노출' 우려로 일시 중단됐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 다음 주 재개된다. 정부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부 물량의 수거를 결정했지만,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심 물량의 9%만 수거…12일 접종 재개

6일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독감백신에 대한 조사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일부 백신만 수거하기로 했다. 수거되는 물량은 총 47만2000도즈로, 공급된 물량 539만 도즈의 약 9% 규모다.

이번에 수거하기로 한 백신은 효력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물량이다. 백신이 동결될 경우 효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에 따라 운송차량 기록지 상 0℃미만 조건에 노출된 27만 도즈, 상온에 일시 적재됐던 물량 17만 도즈, 적정 온도 이탈 시간이 800분을 초과한 2000도즈, 운송 과정에 온도 확인이 되지 않은 물량 3만 도즈다.

정부는 안정성 시험 결과 25℃에서 24시간 동안 품질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한 점을 근거로 나머지 백신 물량은 접종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유통 과정 중 기준온도를 초과한 일부 백신도 샘플링 검사에서 모두 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백신의 품질에는 영향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공급 중단 조치로 배송되지 않은 39만 도즈를 포함한 총 530만 도즈의 접종이 재개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12일께 접종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예비물량으로 대체..백신 대란' 피했지만 불안감 해소엔 역부족

수거 물량이 10% 미만에 그치면서 전국적인 백신 부족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예비물량으로 편성한 백신으로 수거되는 물량을 대체할 예정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백신을 구매할 때 34만 도즈 가량을 예비물량으로 확보했다"면서 "이것으로 부족분을 보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수거 검사에 쓰인 백신이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제품 가운데 극히 일부란 점에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긴 역부족이란 반응이다. 사실상 백신의 추가 조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물량만 수거하는 것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식약처는 제보 내용을 근거로 상온 노출이 의심된 5개 지역(광주·전북 전주·충남 계룡·서울 양천·서울 구로)의 백신 2품목에서 750도즈를 추려 검사했다. 여기에 콜드체인(냉장 유통) 점검 결과, 품질 변화가 우려되는 9개 지역(경북 영주·서울 도봉·경북 봉화·서울 강남·경북 구미·전북 군산·광주·경북 경산·서울 관악)의 3품목 가운데 1350도즈를 수거·검사했다. 즉, 상온 노출이 의심된 백신의 샘플링 검사 물량은 2100도즈에 불과하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국민 건강권에 직결되는 상황에서 신뢰가 훼손된 것이 문제"라며 "백신 보관 냉장고에 잠시 넣어둔 콜라 캔 하나로도 일선 병원에 엄벌을 내리던 정부가 조금이라도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 원칙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무료접종을 거부하겠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부작용 등의 문제로 접종자와 정부 사이에서 등쌀에 시달리느니 접종료를 포기하겠단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가 백신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반품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국가가 안정성과 효능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다고 해야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상의 문제가 발생해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된지 이틀째인 9월 23일 오후 광주 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에서 백신 수급 부족을 우려한 시민들이 유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유통상의 문제가 발생해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된지 이틀째인 9월 23일 오후 광주 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에서 백신 수급 부족을 우려한 시민들이 유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0건이라던 접종 사례 갈수록 늘어…정부 체계 믿을 수 있나

질병관리청이 지자체를 통해 파악한 조사 대상 정부조달 백신의 접종 사례는 6일 오후 기준 총 16개 지역 3045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수거 대상 물량을 접종한 사례는 7개 지역의 554건에 달한다.

정부는 독감 백신의 상온 노출 사실을 발표한 지난달 21일 실제 접종은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실제 접종은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정부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백신의 유통조사와 품질평가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앞서 대한개원의협의회는 CCTV를 등을 통해 백신 운송 차량의 유통 과정을 시각적으로 증명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백신 자체에 대한 불신이 퍼지고 있다"면서 "일부 수거는 고위험군이 독감 백신을 맞지 못했을 때의 파장을 고려한 결정이겠지만 국민이 100% 이를 신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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