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에도 콧방귀'…고가주택 매입 '현금 부자' 늘었다

입력 2020-10-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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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을 이용하지 않고 현금만으로 집을 사는 '현금 부자'가 늘고 있다. 대출 한도를 줄여 고가주택 매입을 막겠다는 정부 정책은 이들에겐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소병훈 국회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서울에서 시가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을 매입한 사람(5만9591명) 중 8877명(15%)은 금융권 대출이나 자산 증여ㆍ상속 없이 자신의 현금성 자산만으로 집을 사겠다고 밝혔다. 이같이 현금으로만 고가주택을 산 사람 수는 2018년 2496명에서 지난해 3276명으로 늘었다. 올해도 8월까지만 3105명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의 수요 억제책과 반대된다. 지난해 정부는 시가 9억 원이 넘는 주택엔 그 초과분만큼 주택 구매용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ㆍ담보 가치 대비 대출 한도 비율)을 40%에서 20%로 줄였다. 가격이 15억 원이 넘는 주택에 주택 구매용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했다. 자금 마련을 어렵게 해 고가주택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는 의도였다. 이 같은 정책은 대출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현금 부자에겐 힘을 못 쓴다는 단점이 있다.

집값으로 현금만 받은 주택 중 최고가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산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이다. 정 부회장을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에게 161억2731만 원을 주고 이 집을 사면서 전액을 자신의 예금으로만 조달했다. 현금으로만 집을 산 사람 중 최연소자는 2000년생으로 17억2430만 원이었던 서초구 방배동 '방배 그랑자이' 분양권을 예금으로만 샀다.

현금 부자들이 가장 많이 산 아파트는 한남동 '한남 더힐'이었다. 이 아파트는 평균 가격이 33억 원이 넘지만 2018년 이후 41명은 현금으로만 주택 구매 자금을 치렀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송파구 장지동 '송파 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FIRST CLASS)'에서도 현금으로만 주택을 산 사람이 각각 14명으로 집계됐다.

소 의원은 소“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청년들과 무주택자들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소수의 현금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가주택을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서울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9월 기준 8억 5천만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정부는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집 없는 청년‧무주택자들이 대출 규제에 막혀 절망하지 않도록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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