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를 일방적으로 공원화하겠다고 발표하자 대한항공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7일 오후 열린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이하 도건위)에 상정한 '북촌 지구단위 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 변경안은 송현동 땅의 특별계획구역은 폐지하고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다만 도건위는 부지를 '문화공원'으로의 변경을 확정했지만 공원 형태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공공이 공적으로 활용하는 공원'이란 내용으로 수정 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현동 부지는 원래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는 땅이다. 다만 올해 2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시장에 내놓았다. 매각 계획 발표 이후 15개 업체가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5월 말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난 후 어떤 기업도 실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입찰이 이뤄지지 않자 대한항공은 공원화를 막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권익위의 중재로 서울시는 이날 "공원 결정(변경)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결정고시는 권익위 조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유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의 강행으로 대한항공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송현동 부지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어 시세가 최소 5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대한항공에 부지 보상비로 시세에 밑도는 4670억 원을 제시했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 차원에서 핵심자산 및 계열사들을 매각하고 있다.
8월에는 알짜사업인 기내식기판 사업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9906억 원에 매각했다. 앞서 5월에는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했다.
대한항공은 약 2조 원을 확보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로 추가적인 현금 확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실제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권익위의 조정 결과를 지켜보는 한편 서울시 및 관계기관과도 지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