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귀찮게 은행 가야 해?”…인터넷전문은행이 바꾼 금융시장

입력 2020-10-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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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은행 삼키는 빅테크
비대면 서비스로 금융패턴 변화
빅테크, 증권ㆍ보험까지 영역 확대

‘혁신’으로 무장한 빅테크(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대형 IT기업)가 전통 금융회사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디지털이 대세로 잡으면서 카카오, 네이버, 토스 같은 업체들이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금융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빠르게 외형을 확장하고 있고, 증권과 보험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전통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돌풍의 주역 카카오 네이버 = 네이버와 카카오는 강력한 플랫폼을 앞세워 금융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산하고 있다. 네이버는 간편결제·송금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에 이어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지난 상반기에는 법인보험대리점(GA)인 ‘NF보험서비스’를 설립하면서 보험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자사 쇼핑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대출 서비스를 선보인다.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시중은행 수준의 대출금리와 높은 한도로 대출해 준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을 통해 은행, 보험, 증권 등 다방면에 걸쳐 금융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에 이어 ‘카카오뱅크’로 은행권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또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카카오페이증권’을 설립한 데 이어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준비 중이다. 이들 양대 빅테크의 시가 총액은 지난달 초 기준으로 네이버는 51조1000억 원, 카카오는 32조5000억 원에 달한다.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KB금융지주(14조8000억 원)를 뛰어넘었다.

◇시중은행 위협, 인터넷전문은행 =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장세가 무섭다. IT 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상품을 앞세우는 데 무엇보다 초저금리의 대출상품이 인기다. 여기에 기존 플랫폼을 활용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점은 최대 강점이다. 돌풍의 주역은 역시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지 3년 만에 수신 규모가 21조 원을 돌파하면서 지방은행 평균 수준(약 25조 원)까지 성장했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영업 시작 이후 약 3년 동안의 짧은 기간 매우 빠른 속도로 예금을 확보하며 성장했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빅테크들은 상품 출시 초기에 고객 기반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금리 혜택을 제공하고 평균적으로 기존 금융회사보다 높은 금리로 무장했다. 점포 운영비가 들지 않고 비대면 서비스인 만큼 비용이 절감되는 부분을 최대한 영업에 활용하고 있는 것. 소비자 입장에선 편리한데 혜택이 많으니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7월 13일 1년간의 공백을 깨고 영업을 재개했다.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의 가계신용대출 상품 3종을 출시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4000억 원 유상증자를 완료하면서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달 6월 말 대비 수신잔액 증가 6400억 원, 여신잔액 증가 5200억 원을 기록, 여·수신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 상품의 반응이 좋다. 최저금리 연 1%대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1차 사전예약 모집에선 1000명 모집에 2만6000명 넘게 몰렸다. 경쟁률만 26대 1을 기록했다. 모집인원을 2배 늘린 아파트담보대출 2차 사전예약에는 총 3만1000명의 신청자가 지원하면서 흥행을 이어갔다. 비대면과 저금리로 무장해 기존 금융권 고객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전국 2500여 개의 KT 대리점을 고객과의 접점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금융 및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기반으로 한 혁신 상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여 고객 혜택을 더욱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제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칭)가 설립되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카오와 네이버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정부 규제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은 유일한 리스크다. 기존 금융사들 입장에선 빅테크 업체가 규제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어 얄밉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10일 디지털 금융협의회 출범 자리에서 “(금융권과 빅테크에)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하되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 모두 금융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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