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종로구 송현동 부지의 공원 지정을 결국 강행했다. 다만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결정고시는 현재 진행 중인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유보키로 했다.
서울시는 7일 제14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포함한 북촌지구단위 계획 결정안을 수정가결했다. 이번 수정안의 핵심은 송현동 부지 3만6642㎡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재정난을 겪는 대한항공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게 됐다"며 “공원의 형태와 모습 등 세부 계획은 향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 이날 도건위 심의 후 간담회를 열고 송현동 부지는 애초에 민간이 개발해선 안되는 땅임을 강조했다. 김 부시장은 "해당 부지는 업무시설, 판매, 공동주택 허용이 불가능한 곳이어서 사실상 민간개발 어려운 땅"이라며 "송현동의 역사 문화 가치를 고려한다면 최초 민간에 매각됐던 1997년에 시민의 공간이 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무사 부지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하고, 풍문여고가 공예박물관으로 활용되는데 송현동만 금단의 땅이 됐다"며 "공공 매입이 없다면 영영 공적활용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 원에 사들였다. 대한항공은 이곳에 최고급 호텔 건립을 추진하다 반대 여론에 밀려 사업을 철회했다. 이후 코로나19로 대한항공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2월 매각을 결정했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 5월 송현동 부지 공원화 구상을 밝히면서 지난 6월 진행된 입찰엔 응찰에 나선 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공원으로 지정되면 민간이 이를 개발해 활용할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말부터 서울시와 대한항공 간 조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조정 결정 발표 이전에 서울시가 이 문제를 위원회에 상정했다. 서울시는 애초 이달 14일 위원회 회의를 열어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일주일 앞당겼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서울시의 조기 심의 소식에 반발했다. 이날 서울시는 이같은 기습 처리 논란에 대해 "9월 도시계획위원회 보고 때 10월에 심의한다고 예고했고, 대한항공도 심의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예정된 절차에 따라 진행했음을 강조했다.
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한항공으로부터 땅 소유권을 사들이고 대한항공에 대금을 지급한 뒤 서울시가 시 소유의 다른 땅을 송현동 땅과 교환해 LH로부터 넘겨받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시는 토지 매각대금을 조기에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토보상 대상지가 어느 곳이 될 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매입 가격은 감정평가로 결정하게 된다. 앞서 타당성 조사에서 나온 부지 금액은 4670억 원이다.
김 부시장은 “송현동 공원화사업은 역사·문화적 차원에서도 국가적 중요 사업"이라며 "중앙정부와 관계기관의 협력과 협조가 절실한 만큼 대한항공,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