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복수국적자 병역 이행 전 국적이탈 제한 ‘위헌’”

입력 2020-10-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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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국적자가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뒤 3개월이 지나면 병역의무를 해소하기 전까지는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국적법 12조 2항 등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A 씨 등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헌재는 이들 법률조항이 2022년 9월 30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선고했다.

국적법 12조 2항은 ‘병역법에 따라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자는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이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적법 14조 1항에 의하면 이 기간을 경과하면 병역의무가 해소되기 전에는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없다.

A 씨 등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국적이탈의 자유, 국적선택에 대한 자기결정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병역의무의 이행에 공평을 확보하려는 입법목적은 정당하다”면서도 “입법목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일률적으로 국적이탈을 할 수 없도록 해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출생과 동시에 신고 없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복수국적자에게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에 대한 이해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런데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국적이탈의 자유를 크게 제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무관청이 구체적인 심사를 통해 예외적으로 국적이탈을 허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한다면 공평성 우려가 불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달성되는 공익에 비해 침해되는 사익이 더 큰 경우가 있고, 이러한 경우 법익의 균형성 원칙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복수국적자가 주로 외국에 거주하면서 대한민국에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은 경우라면 정부가 파악하기 어렵고, 대상자가 입국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이 조항으로 복수국적을 유지하게 돼 대상자가 겪어야 할 불이익이 사정에 따라 상당히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헌재는 “효력이 즉시 상실되면 국적선택, 국적이탈에 대한 제한이 정당한 경우에도 즉시 사라져 공평성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2022년 9월 30일을 시한으로 개선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한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선애, 이미선 재판관은 “국적이탈에 관한 이 정도의 시기적 제한마저 두지 않는다면 군 복무 중에라도 병역의무를 면할 수 있게 된다”며 “현행 병역법 체계와 커다란 부조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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