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간 유튜브 채널…“가짜사나이는 왓챠, 문명특급은 지상파로”

입력 2020-10-08 18:02 수정 2020-10-0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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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사나이·문명특급 등 유튜브 인기 채널 ‘주류 플랫폼’ 역진출
기존 방송에서는 찾기 어려웠던 ‘B급 감성’이 인기 비결
방송산업 ‘플랫폼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

▲올해 추석 연휴에는 유튜브 기반 웹예능 채널인 ‘가짜사나이’와 ‘문명특급’이 각각 OTT와 지상파 TV로 역진출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출처=왓챠 인스타그램 캡처)
▲올해 추석 연휴에는 유튜브 기반 웹예능 채널인 ‘가짜사나이’와 ‘문명특급’이 각각 OTT와 지상파 TV로 역진출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출처=왓챠 인스타그램 캡처)

올해 추석 연휴에는 유튜브 기반 웹 예능 채널인 ‘가짜사나이’와 ‘문명특급’이 각각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와 지상파 TV로 역진출해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화제성은 높았지만 소위 ‘B급’으로 분류돼왔던 유튜브 콘텐츠가 ‘주류 플랫폼’으로 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지상파를 비롯한 TV 매체들은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유튜브로 진출하곤 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EBS의 ‘펭수’다. 2019년 3월 처음으로 소개된 ‘자이언트 펭TV’의 마스코트 캐릭터 펭수는 현재 20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9 올해의 인물’에 선정될 정도로 ‘펭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달리 ‘가짜사나이’와 ‘문명특급’은 유튜브 콘텐츠가 OTT와 지상파에 거꾸로 진출한 경우다. 방송사들이 기존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연예인을 바탕으로 유튜브에서 웹 예능을 제작하던 것과 달리, 이들은 그간 인터넷과 유튜브에서만 통했던 ‘B급 감성’을 토대로 일반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짜사나이’는 헬스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와 글로벌 보안 전문회사 무사트가 공동으로 만든 리얼리티 예능이다. (출처=피지컬갤러리 유튜브 캡처)
▲‘가짜사나이’는 헬스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와 글로벌 보안 전문회사 무사트가 공동으로 만든 리얼리티 예능이다. (출처=피지컬갤러리 유튜브 캡처)

‘왓챠’ 진출한 ‘가짜사나이’…일반 시청자도 관심

이번 추석의 최고 히트작은 단연 ‘가짜사나이’였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왓챠는 추석 연휴였던 10월 1일 ‘가짜사나이 2’를 처음 선보였다. 왓챠는 ‘가짜사나이 2’를 제작한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와 매주 목요일·일요일 저녁 8시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동시 공개하고 있다.

‘가짜사나이’는 헬스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와 글로벌 보안 전문회사 무사트(MUSAT)가 공동으로 제작한 리얼리티 예능으로, 프로그램에 자원한 출연자들이 면접 등 선발 과정을 거친 후 무사트가 진행하는 해군 특수전전단(UDT) 훈련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가짜사나이 2’는 올해 7월 시작해 누적 조회 수 5000만 회를 기록한 ‘가짜사나이 1기’의 후속작으로, 이달 1일 첫 영상 공개 6일 만에 조회 수 1244만 회를 돌파했다.

인터넷 방송인들이 주요 출연진이었던 시즌 1과 달리, 시즌 2에는 배우 줄리엔 강·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병지·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싱어송라이터 샘김 등 유명인이 대거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출연자들이 경험하는 훈련 강도도 높아져 큰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

가짜사나이는 기존 주류 방송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전형적인 ‘B급’ 웹 예능이다. 비속어들이 여과 없이 나오고, 가학적으로도 보일 수 있는 강도 높은 훈련이 반복된다. 연예인이 아닌 인터넷 속에서만 유명한 스트리머·유튜버들이 콘텐츠를 이끌었던 가짜사나이 시리즈는 어느덧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B급 웹 예능인 가짜사나이가 대표적인 OTT 서비스인 ‘왓챠’와 함께한 계기는 무엇일까. 왓챠 관계자는 “(가짜사나이는) 올해 가장 뜨거운 예능이었기 때문에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라며 "유튜브는 (콘텐츠를 시청할 때) 광고가 붙는 형태인데 (광고가 없는) 다른 형태로 시청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먼저 피지컬갤러리 측에 협업을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8년 2월 SBS 유튜브 채널인 ‘스브스뉴스’에서 시작된 웹예능 ‘문명특급’도 추석 연휴 기간 SBS 지상파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눈길을 끌었다. (출처=문명특급 유튜브 캡처)
▲2018년 2월 SBS 유튜브 채널인 ‘스브스뉴스’에서 시작된 웹예능 ‘문명특급’도 추석 연휴 기간 SBS 지상파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눈길을 끌었다. (출처=문명특급 유튜브 캡처)

지상파 진출한 ‘문명특급’…시청률 2.3%로 무난한 출발

2018년 2월 SBS 유튜브 채널인 ‘스브스뉴스’에서 시작된 웹 예능 ‘문명특급’도 이달 2일 SBS 지상파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눈길을 끌었다. 문명특급은 지난해 7월 유튜브에 독립 채널을 개설했으며, 현재 85만 명의 구독자 수를 갖고 있다.

닐슨코리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일 방송된 SBS 추석특집 예능프로그램 ‘문명특급-숨듣명 콘서트’는 전국 가구 시청률은 2.3%를 기록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처음 공중파에 진출한 점과 방송시간이 오후 11시였던 것을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문명특급의 주요 콘텐츠는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이다. 한동안 인터넷 밈(Meme·다양하게 복제되는 패러디물)으로 유행해 지상파까지 진출했던 비의 ‘깡’을 비롯해 틴탑의 ‘향수 뿌리지 마’, 티아라의 ‘섹시 러브’(Sexy love) 등 가수의 예전 노래를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 문명특급은 ‘추팔’(추억팔이·대중의 향수를 자극하는 방법)이라는 단어까지 유행시키며 화제를 이끌었다.

‘연반인’(연예인과 일반인의 합성어)이라고도 불리는 진행자 재재와 ‘B급 감성’의 편집 방식도 기존 TV 예능과 차별화된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재재’라 불리는 이은재 SBS PD는 인터넷 안에서 열성 팬을 거느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나 지상파 등 플랫폼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에서 방송산업이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현상이라고 봤다. (출처=문명특급 유튜브 캡처)
▲전문가들은 유튜브나 지상파 등 플랫폼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에서 방송산업이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현상이라고 봤다. (출처=문명특급 유튜브 캡처)

유튜브 콘텐츠의 주류 플랫폼 진출…어떻게 봐야 할까?

유튜브 콘텐츠는 어떻게 주류 플랫폼으로 진출할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유튜브나 지상파 등 플랫폼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방송산업이 플랫폼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나 케이블TV 등의 플랫폼이 예전처럼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젊은 시청자들은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콘텐츠 소비를 하므로 그 방식에 최적화된 유튜브 등 플랫폼이 주력 콘텐츠를 끄집어내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봤다.

정 평론가는 “지금은 일반 시청자와 유튜브 시청자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서 콘텐츠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만큼 ‘화제성 있나’ 또는 ‘특별한 점이 있나’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한 기존 방송 시스템은 규모가 크다 보니 모험을 싫어하고 새로운 시도에 보수적”이라며 “그러다 보면 변화하는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들이 벌어지는데, 유튜브에서는 이미 그러한 시도를 했고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이 이어지면서 기존 주류 플랫폼으로 진입이 빨라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헌식 평론가는 “기존 방송에서는 지상파가 케이블이나 종편을 따라 했었는데 이제 유튜브가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유튜브 인기 있는 콘텐츠를 거꾸로 수용하는 상황”이라며 “(유튜브 등) 인터넷 플랫폼의 경우 광고수익이 크지 않고 방송사 광고 중심으로 수익이 가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수익의 다변화가 확립되기 전까진 유튜브를 활용해 ‘본방사수’(본방송 사수의 줄임말)를 하도록 만드는 전략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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