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소비자 위해 중고차 시장 진출 필요"…중기부 "상생 가능해야"

입력 2020-10-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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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공식 석상에서 중고차 판매 필요성 밝혀…박영선 장관 "이익 내려 하면 성사 어려워"

▲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온 차량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온 차량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사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현대차가 이를 공식 석상에서 밝힌 건 처음이다.

현대차 "소비자 위해 중고차 사업 필요…상생도 가능"

10일 국회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뒤 대기업의 신규 진출과 확장이 제한된 상태다. SK그룹은 중고차 온라인 플랫폼인 SK엔카와 SK엔카 직영사업부(현 케이카)를 매각하기도 했다.

기존 중고차 업체들은 지난해 초 지정 기한이 끝남에 따라 대기업과 중견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동반성장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부적합 의견을 냈다.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제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뜻이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최종 결정만이 남은 상태다.

현대차는 중고차 판매 사업 범위를 중기부,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용자 단체와 충분히 협의하면 기존 영세한 중고차 매매업자와의 상생이 가능하다는 견해다.

김 전무는 "근본적인 문제는 품질 평가, 가격 산정을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현대ㆍ기아차가 가진 차에 대한 노하우와 정보를 최대한 공유해서 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라는 게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 "제조사가 중고차 판매해야 품질 관리 가능"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경기도 수원에 개관한 인증 중고차 전시장. 13개 수입차 업체는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경기도 수원에 개관한 인증 중고차 전시장. 13개 수입차 업체는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볼보자동차코리아)

완성차 업계는 제조사가 직접 중고차를 관리해 판매할 수 있어야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중고차 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미국과 유럽 등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 규제가 없는 선진국에서는 ‘중고차 인증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 제도가 중고차 가치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시장 활성화에도 이바지한다는 주장이다.

중고차 인증제란 소비자가 구매한 신차 중 일정 기한이나 주행거리 내로 운행한 차를 완성차 업체가 다시 구매하고, 상태를 정밀 점검 및 검사한 뒤 필요할 경우 수리해 새로운 고객에게 판매하는 제도다.

현재 수입차 업계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렉서스 등이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수입차는 허용하되 국산차는 불가능한 구조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이어진 바 있다.

또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참여 제한이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유발해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라고도 주장했다.

중고차 인증제가 전면 시행되는 해외에서는 전문적인 적정가격 산출시스템과 철저한 품질인증절차가 있어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지만, 국내에선 국산 인증 중고차가 없고 객관적 품질 인증 시스템 등의 미비로 소비자의 불신이 높다는 설명이다.

중고차 업계 "상생 어려워…제조사 시장 진출 시 가격 올라갈 것"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이 9월 1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이 9월 1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반면, 기존 중고차 업계는 억울하다는 견해다. 허위매물 등 범죄 행위를 벌이는 집단은 소수에 불과하고, 제조사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방식이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365’ 사이트에 자동차 이력이 공개되고 있어,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가 낮다는 비판 역시 과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완성차 제조사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 전체적인 가격이 높아져 되레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인다.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연합회 회장은 국감에서 "현재 케이카(K car)가 한 달에 200∼250건을 판매하고 있는데 우리 회원사는 15∼16대 정도에 불과해 굉장히 힘들다. 여기에 대기업인 완성차 업체까지 들어오면 우리는 매집을 못 해서 상생을 할 수가 없다"고 토로하며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거듭 요청했다.

중기부 "업계 간 상생 가능해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결정권을 쥔 중기부는 일단 현대ㆍ기아차에 추가 상생 안을 내라고 요청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국감에서 "오픈 플랫폼을 만들어 중고차를 관리하면 현대ㆍ기아차 입장에서도 차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어서 좋고, 중고판매업도 그동안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대차가 중고차 판매를 통해 이익을 내야겠다고 하면 이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기존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현대ㆍ기아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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