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앞두고 ‘레드라인’ 지킨 北, 열병식서 ‘다탄두’ 신형ICBM·SLBM 공개

입력 2020-10-1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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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0일 당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설대에 선 김정은 위원장의 왼편에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서 있고, 오른편에는 박정천 군 참모장이 서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10일 당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설대에 선 김정은 위원장의 왼편에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서 있고, 오른편에는 박정천 군 참모장이 서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인 지난 10일 심야 열병식을 열고 다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했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ICBM을 공개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2년 만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지 않으면서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 노선에 맞춰 대응하기 위한 상황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앞서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한 10일 열병식에 따르면 마지막 무렵 11축 22륜(바퀴 22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했다. 2017년 발사된 ICBM ‘화성 15형’보다 직경과 길이가 길어져 다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형 SLBM ‘북극성 5A’도 직경이 굵어졌다. 탄두가 여러 개로 나눠지면 요격이 쉽지 않다.

이에 미국은 10일(현지시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거론하며 “미국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제시한 비전에 의해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또 “북한이 금지된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우선시하는 것을 보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또 “북한이 북한 주민들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일하는 것보다 금지된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우선시하는 것을 보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가 말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또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4형’ 같은 새 전술·전략무기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들 ICBM과 SLBM을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무기’로 분류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열병식이 도발보다 과시 의도로 읽힌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북한은 남측을 향해 코로나19 이후 “손 맞잡길 기원한다”는 유화적 메시지를 던졌다. 미국을 향해선 “방위수단으로서의 전쟁 억제력”을 강조할 뿐 직접적인 메시지는 없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전쟁 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지만 그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한다면 응징할 것”이라며 전략무기 개발을 정당화했다. 또 “우리의 군사력은 그 누구도 넘보거나 견주지 못할 만큼 발전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상 북한은 지난 5월 24일 김 위원장 주재로 열린 중앙군사위 4차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이번 연설에서는 ‘전쟁 억제력’으로 표현 수위를 낮춘 셈이다. 미 대선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미 도발을 자제하면서도 신형 무기를 공개해 향후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한편 연설 도중 눈물 훔치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하던 중 재난을 이겨내자고 말하며 울컥한 듯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친 것이다. 특히 “사랑하는 남녁 동포”라든가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북한군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남측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으로 악화된 남측 민심을 의식하면서 앞으로 코로나19 진정 국면 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여지를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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