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의 전금요금이 지나치게 저렴해 개선을 권고했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위해 한국전력이 검토하고 있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1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OECD는 8일 한국경제보고서 발표를 통해 “한국의 저렴한 전기 요금 정책이 재생에너지의 시장 진입은 물론 향후 전력 수요관리에 대한 투자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전기요금이 저렴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상반기 발표한 ‘2018년 가정용 전기요금’에 따르면 33개 조사대상 국가 중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110.5달러/MWh로 멕시코(62.9달러/MWh), 터키(103.9달러/MWh)에 이어 세 번째로 저렴하다. 이는 가장 비싼 덴마크(358.0달러/MWh)에 비해 3분 1도 안 되는 가격이며, 일본(239.0달러/MWh)보다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오일, 천연가스, 석탄 등 1차 에너지 공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해 조사 대상 36개국 중 꼴찌라고 OECD는 꼬집었다. 반면 1차 에너지 공급에서 화석연료 비율은 80%였고, 이 중 31%를 석탄이 차지했다. 이는 다른 대부분의 OECD 국가보다 높은 수치다. 한국보다 석탄 비중이 높은 나라는 36개 조사대상국 중 에스토니아(71%), 폴란드(48%), 체코(35%), 호주(35%) 4개국뿐이다.
OECD는 한국의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조기 사망률을 큰 폭으로 높이고 아동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OECD는 “한국 정부는 국내에 오염원이 있는 미세먼지를 2024년까지 2016년 대비 35%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포함한 추가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WHO 기준 아래로 낮추려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OECD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저해하고, 미세먼지 우려를 키우는 한국의 낮은 전기요금을 개선하라고 권고하면서 한전의 연료비 연동제 도입 명분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연료비 연동제는 생산에 쓰이는 석유 등 연료 가격을 전기요금에 바로 반영하는 제도로 OECD 국가 대부분이 이 제도를 도입 중이다. 연동제가 도입되면 유가가 오를 때는 전기요금을 올리고, 유가가 내려가면 요금을 내려 한전으로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제유가가 올라도 전기요금 인상이 제한되다 보니 한전 실적도 널뛰기를 해왔다.
한전은 연동제 도입 가능성 포함한 ‘지속가능한 전기요금 체계’를 만들어 올해 하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