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그린스완의 해법]④“‘탈석탄 금고’ 처음으로 제안…기후위기 대응한 시장 룰 재편 목적”

입력 2020-10-1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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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오 국장 “탈석탄 선언, 공공성 화답ㆍ시장 경쟁력 확보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탈석탄 금고 지정은 특정 금융기관을 배제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기후 변화와 미세먼지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 규칙을 바꾸자는 취지다”

‘탈석탄 금고’ 개념과 정책을 처음으로 제안한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지자체 등 ‘탈석탄 금고 선언’은 국내 금융기관의 탈석탄 금융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정책”이라며 동참을 촉구했다.

‘탈석탄 금고 선언’은 쉽게 말해 석탄 산업에 투자하지 않는 금융기관을 주거래은행으로 채택하자는 지자체와 교육청 등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다. 매년 은행권은 지자체와 교육청 등의 기관 금고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치른다. 금고 은행으로 선정되면, 수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운용할 수 있고, 잠재 고객도 대거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종오 국장은 금융기관이 석탄산업 투자에 손을 뗄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던 중 치열한 금고 시장에 주목했다. 지자체 등 금고 평가 과정에서 점수 차가 크지 않아 금융기관들은 1, 2점 차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가 찾은 해답은 ‘탈석탄 금고’다. ‘탈석탄 금고’는 지자체와 교육청 등의 금고를 맡게 되는 은행의 평가 항목에 ‘탈석탄’ 지표를 신설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를 위해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금융기관(은행)의 탈석탄 선언 여부와 선언 연도 △석탄발전 투자 규모 △총 운용자산 대비 석탄발전 투자 비중 △기존 석탄발전 투자금의 단계적 철회 계획 수립 여부 및 이행 수준 등의 탈석탄 지표를 제안했다.

그는 “석탄 금융으로 얻은 이익이 금고 시장에서는 불리하도록 시장의 룰(rule)을 설계하고 작동시키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즉, 강압하지 않고 부드럽게 시장에 개입하는 일종의 넛지(nudge) 전략이라는 의미다.

이어 탈석탄 금고가 배제가 아닌 우대의 방식으로 고안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엄밀한 의미에서 ‘탈석탄 금고’는 ‘석탄 금융’을 통해 이익을 누리는 은행 자체를 금고지정에서 모두 제외하여 선정하자는 개념이다. 하지만 해당 기준을 적용하면 지정할 수 있는 은행이 사실상 없다”며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국내 은행들 대부분이 석탄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커지는 탈석탄 금고시장에 은행들도 탈석탄 선언 ‘만지작’

이종오 국장은 지자체와 교육청 등에 공문을 보내고 다른 단체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면서 기관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해 그린피스 제니퍼 모건(Jennifer Morgan) 사무총장과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면담 자리에서 충청남도가 ‘탈석탄 금고 선언’을 약속하면서 국내 ‘탈석탄 금고’ 물꼬도 트였다.

지난 9월, 충청남도가 주최한 ‘탈석탄 국제 콘퍼런스’에선 전국 56개 지자체와 교육청도 탈석탄 금고를 선언했다. 이번에 탈석탄 금고를 선언한 지자체와 교육청 중 올해 금고 지정을 앞둔 기관은 서울ㆍ부산시교육청 등 10개로, 그 규모만 26조 원가량이다. 내년에는 경기도, 대전광역시 등 금고 규모가 큰 광역 지자체와 교육청들도 금고 선정을 앞두고 있다. 무려 71조 원이 넘는다.

이처럼 금고 시장에서 탈석탄 기조가 급물살을 타자 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주요 금고 기관의 평가 지표가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탈석탄 금고 시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국내 은행들의 탈석탄 선언도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 25일, KB금융지주는 국내 금융 그룹사 최초로 '탈석탄 금융 선언'을 공표했다.

이종오 국장은 “석탄발전은 산업화를 위한 에너지원으로서 한 시대를 책임졌지만, 이제는 기후위기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이제 석탄 투자는 반도덕적ㆍ반환경적으로 공공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재무적으로도 위험한 투자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금고는 국민과 지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다. 이는 전국의 지자체와 교육청 등이 ‘탈석탄 금고 선언’으로 금고 지정 과정에서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라며 “은행들도 탈석탄 금융 선언으로 공공성에 화답해 시장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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