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관리·감독 부실로 ‘옵티머스 사태’ 피해 커졌다

입력 2020-10-11 18:36 수정 2020-10-1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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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넘는 자금 투입 ‘트러스트올’ 자금줄 역할
회계법인, 재무제표 작성 안해 올초 ‘감사 거절’
회계부실 지적에도 금감원 조사 안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한 ‘트러스트올’이 올해 초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3000억 원이 넘는 펀드 자금이 직접 투입됐지만, 재무제표조차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기업의 경영상태를 나타내는 기본인 재무제표조차 작성되지 않을 정도로 부실한 트러스트올에 대한 선제적 관리·감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NH투자증권은 5월 말 기준 옵티머스 전체 펀드 판매량의 87.55%인 약 4500억 원어치를 판매해 사태를 키웠다.

10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트러스트올은 올해 3월 한 회계법인으로부터 2019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회계 감사 결과 ‘의견 거절’을 통보받았다. 해당 회계법인 관계자는 “날인된 재무제표를 포함한 일체의 회계장부와 증빙서류 및 경영자 진술 관련 자료를 제시받지 못했다”며 “감사보고서에 ‘의견 거절’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해 회계감사 기준상 요구하는 중요한 제반 감사 절차를 수행하지 못했다”며 “회계연도의 손익계산서,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 및 주석 자료를 입수하지 못했고, 감사의견의 근거를 제공하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회계법인은 트러스트올엔 내부감사가 따로 없어 이모 대표이사와 해당 감사 의견을 토의했다고도 말했다. 트러스트올 대표 이 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와 함께 구속됐다. 하지만 트러스트올을 실제로 움직인 사람은 이 씨가 아닌 김 대표였다는 게 투자자금 집행을 주도했던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로 알려졌다. 트러스트올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같은 몸통일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옵티머스의 펀드 판매 잔액은 5151억 원이다. 이 중 4767억 원은 우선 옵티머스 펀드의 핵심 인물들이 지배하는 4개 회사로 쪼개졌다. 트러스트올은 이들 회사에 직·간접적으로 지배권을 형성했다.

사실상 트러스트올은 기업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옵티머스의 자금 통로 역할을 위해 세워진 유령회사라는 것이 감사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의견 거절’이 나오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인 만큼 금감원이 더 세심하게 들여다봤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러스트올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현금흐름을 포함해 자산, 자본, 부채에 따른 재무상태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올 초 트러스트올과 옵티머스자산운용 간의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면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를 사전에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 공시심사실에서 공시를 잘 올렸는지 유무는 심사하고 있지만 공시 내용이나 회계 감사보고서 내용까지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못한다”면서 “공시 내용이 불공정거래와 엮였거나 지분율이 허위로 기재된 경우 조사팀이 따로 조사하지만 회계법인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공시는 따로 조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트러스트올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 사무실에 설치된 복합기 렌털료를 대신 지불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 대표 측은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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