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그린스완의 해법]⑤KB금융그룹은 왜 ‘탈석탄’을 선언했을까

입력 2020-10-1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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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 ESG위원회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본점에서 회의를 열어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 김경호 이사, 윤종규 KB금융 회장, 오규택 ESG위원회 위원장, 선우석호 이사, 최명희 이사, 정구환 이사(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KB금융)
▲KB금융그룹 ESG위원회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본점에서 회의를 열어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 김경호 이사, 윤종규 KB금융 회장, 오규택 ESG위원회 위원장, 선우석호 이사, 최명희 이사, 정구환 이사(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KB금융)

금융지주사의 탈석탄 선언은 의미가 남다르다. 지주사는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금융시장별 계열사를 보유했기에 시장 파급력도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KB금융그룹이 금융지주사 최초로 ‘탈석탄’을 선언했다. KB금융은 그룹 ESG 방향성에 맞춰 각 계열사는 친환경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머리를 맞댈 계획이다. 시장에선 KB금융이 ‘탈석탄’ 선언을 발판삼아 녹색 금융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탈석탄 로드맵’, 기존 석탄발전 사업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늘리고
KB금융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의를 열고 국내외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PF와 채권 인수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지난달 25일 결정했다. 최근 KB증권은 미국 텍사스 석탄화력발전소 PF 대출채권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일각에선 기존 약정된 석탄 관련 투자 등 계약 사항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계약 중단에 따라 계약상대자가 거부하거나 책임을 묻는 등 예기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시장 신뢰 관계 역시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이에 KB금융은 사전 준비과정에서 ‘탈석탄 로드맵’을 공들여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별 단계적 출구(EXIT) 계획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기존 석탄 관련 사업을 줄이고, 동시에 친환경 투자는 늘려 그룹 ESG 방향성을 따라가겠다는 구상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석탄화력발전소와 관련하여 기존에 체결된 약정 및 투자에 대해서는 고객과의 신뢰관계를 고려해 기존 계약사항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기존 계약이라 할지라도 최소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들은 지속해서 최소화하고 감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B금융그룹 탈석탄 금융 선언문. (자료출처=KB금융)
▲KB금융그룹 탈석탄 금융 선언문. (자료출처=KB금융)

KB금융은 저탄소 경제,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융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기존 석탄 투자 사업을 한 번에 철회하지 못하더라도 신규 석탄 투자 사업은 중단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산업 투자를 늘린다면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단계적 출구 계획을 바탕으로 ESG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민간 환경 투자사업, 친환경 선박·자동차 등이 주요 대상이다. 특히, 한국판 뉴딜 중에서 민간 투자 규모가 큰 그린뉴딜 관련 사업 등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1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ESG 채권을 발행해 재원도 마련한다.

지난 7월, KB증권은 1450억 원 규모의 새만금 육상태양광 3구역 발전사업에 투자했다. 국민은행도 KB증권과 함께 해당 발전사업에 대한 사업자문과 금융자문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 8월, 국민은행은 국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발전 사업인 제주도 한림 해상풍력발전에 금융주선을 했다. PF 규모는 6450억 원대에 이른다.

커지는 탈석탄 금융 시장을 잡아라
이미 세계에선 석탄발전 사업에서 빠르게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세계 시장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선 KB금융이 선제적으로 ‘탈석탄’ 선언에 나서면서 녹색 금융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선 가장 먼저 수혜를 볼 계열사에 KB은행을 꼽았다. 최근 지자체와 교육청 등이 ‘탈석탄 금고 선언’에 나서면서 석탄 산업에 투자하지 않는 금융기관을 주거래은행 채택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경기·세종 등 56개 지자체, 교육청도 ‘탈석탄 금고’ 선언에 나섰다. 해당 규모는 총 150조 원으로 추산된다. 내년에는 경기도, 대전광역시 등 금고 규모가 큰 광역 지자체와 교육청들도 금고 선정을 앞두고 있다. 예상 금고 규모만 71조 원이 넘는다.

탈석탄 금고를 선언한 지자체는 향후 금고 선정과정에서 탈석탄 관련 항목을 배점에 넣게 된다. KB금융은 탈석탄 금고 의제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서 제시한 ‘탈석탄 금융 선언’ 수준을 충족하고 있다.

지자체 금고 선정 과정에서 평가 점수 차가 크지 않아 은행들은 1, 2점 차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금융업계에선 KB국민은행이 지자체 금고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한 만큼, 다른 은행들도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탈석탄 선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SG 위원회 역할 커…그룹 ESG 방향 설계해”

▲지난 1월, KB증권 용인연수원에서 ‘KB금융그룹 ESG 이행원칙’에 서명을 하고 기념촬영 중인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및 계열사 대표이사진. (사진제공=KB금융)
▲지난 1월, KB증권 용인연수원에서 ‘KB금융그룹 ESG 이행원칙’에 서명을 하고 기념촬영 중인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및 계열사 대표이사진. (사진제공=KB금융)

한편, 기후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탈석탄 선언에는 ‘ESG위원회’의 역할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계열사별 추진해온 ESG 경영 현안을 그룹사 차원에서 아우를 수 있는 경영 체계를 구축했다는 측면에서다. 실제로 ESG위원회는 탈석탄 선언 준비 과정에서 계열사별 상충할 수 있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적극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계열사와 그룹의 ESG 전략 방향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등 지속해서 소통했다”며 “‘탈석탄 금융’ 선언과 관련하여 그룹 내에서 많은 논의를 거친 결과, 당장의 수익보다는 환경이라는 더 큰 미래 가치를 추구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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