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 아닌 교통약자 이용"…마포구 '신개념 BPA 주차장' 가보니

입력 2020-10-12 15:0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유아 동반자, 임신부, 노약자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공간 시범 운영

▲망원나들목에 있는 'BPA 주차장'. 보라색과 하얀색으로 그려진 모양이 단연 눈에 띈다. (홍인석 기자 mystic@)
▲망원나들목에 있는 'BPA 주차장'. 보라색과 하얀색으로 그려진 모양이 단연 눈에 띈다. (홍인석 기자 mystic@)

12일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나들목 공영주차장에 생경한 공간이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 연보라색을 칠해 멀리서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여유롭게 주차할 수 있을 만큼 넓다. 여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과는 달랐다. 중간에는 아이 손을 잡은 어른, 임산부, 노약자를 연상케 하는 그림이 그러져 있어 특정한 목적으로만 주차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용자에게 전달한다.

마포구가 여성 전용이 아닌 교통약자들이 두루 사용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을 만드는 실험을 자치구 최초로 시행한다.

마포구는 이 주차장을 그리면서 'BPA'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넓은 주차장'(Broad Parking Area)과 '유아 동반자'(Baby caring person), '임신부'(Pregnant person), '노약자'(Aged person)의 첫 알파벳을 따왔다. 교통약자들이 이용할 때 조금 더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설계한 주차장이란 뜻이다. 일반 주차면 대비 너비보다 0.3~0.5m 더 넓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출입구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새로운 개념의 주차장은 등장할 때마다 찬반 논란이 뜨겁다. 가뜩이나 부족한 주차공간에서 꼭 필요한 것인지, 장애인 전용 주차장이 비어있을 때 차를 대는 것에 대한 논박이 오갔다. 경차 전용 주차장이 왜 필요하냐는 논쟁도 적지 않았다.

특히 여성 전용 주차장의 경우 11년 전 서울시가 처음 도입하면서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저항을 불러왔다. 여성 전용 주차장은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해 범죄로부터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냉소와 조롱의 대상이 됐다.

남성이 이곳에 주차하더라도 차를 견인하거나 과태료를 물을 수 없고, 주차 관리인과의 갈등만 유발한다는 점에서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BPA를 보는 시각은 이러한 논쟁과는 다른 양상이다. 시민들이 대체로 BPA 취지에 공감한다. 성별로 사용 기준을 나누지 않은 데다 좀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날 망원나들목 인근에서 만난 김주형(42ㆍ가명) 씨는 "임산부가 옆자리에 타도 운전자가 남성이면 여성 전용 주차장을 이용 못 하게 할 때도 있었다"며 "이런 주차장이 남녀갈등을 유발하지 않고 불만도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한 가족도 더 편하고 안전하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두 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최지현(36ㆍ가명) 씨는 “누가 타느냐에 따라 배려하는 게 매우 합리적”이라며 “카시트를 꺼내려고 주차선 밖으로 움직이는 게 위험한 일인데 여유 공간이 생겨서 안전도 지키고 다른 차도 배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나치게 약자를 배려하려는 정책이 되레 일반 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반대의 의견도 있다. 김상만(52ㆍ가명) 시민은 “이미 장애인 주차장으로 배려해야 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며 “주차 공간도 부족한데 이런 주차장을 확대하다 보면 일반 시민이 이용할 공간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마포구는 신설 주차장을 중심으로 BPA를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기존 여성 전용 주차장은 그대로 유지한다.

마포구 관계자는 “기존 주차장도 확대할 수 있지만 우선은 신규 주차장 위주로 BPA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의 반응을 살핀 뒤 확대 범위 등을 고민해보겠다”며 “여성 전용 주차장보다는 BPA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포구는 마포중앙도서관 추장에 2면을 BPA 구역으로 운영해 왔다. 망원나들목 공영주차장에는 8면이 추가 운영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교통비 또 오른다?…빠듯한 주머니 채울 절약 팁 정리 [경제한줌]
  • 기본으로 돌아간 삼성전자…'기술-품질' 초격차 영광 찾는다
  • "비트코인 살 걸, 운동할 걸"…올해 가장 많이 한 후회는 [데이터클립]
  • 베일 벗은 선도지구에 주민 희비 갈렸다…추가 분담금·낮은 용적률이 ‘복병’[1기 선도지구]
  • [2024마켓리더대상] 위기 속 ‘투자 나침반’ 역할…다양한 부의 증식 기회 제공
  • 재산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남보다 못한 가족들 [서초동 MSG]
  • “117년 만에 폭설도 못 막지”…올림픽파크포레온 1.2만 가구 입주장 개막에 '후끈' [르포]
  • 목소리 높이는 소액주주…상법개정안 가속 페달 달까
  • 오늘의 상승종목

  • 11.2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0,909,000
    • +0.07%
    • 이더리움
    • 4,784,000
    • +0.82%
    • 비트코인 캐시
    • 703,000
    • +1.81%
    • 리플
    • 1,953
    • -1.56%
    • 솔라나
    • 326,800
    • -0.73%
    • 에이다
    • 1,362
    • +1.87%
    • 이오스
    • 1,110
    • -3.23%
    • 트론
    • 279
    • +0.72%
    • 스텔라루멘
    • 629
    • -2.48%
    • 비트코인에스브이
    • 93,300
    • -0.53%
    • 체인링크
    • 25,230
    • +4.78%
    • 샌드박스
    • 842
    • -5.1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