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고추ㆍ토마토' 키워 먹어요

농진청, LED로 재배하는 '식물공장' 보내…월동대원 식생활 개선 기대

▲농촌진흥청이 남극 세종기지로 '식물공장'을 보내기 위해 진행한 예비 시험 과정. (사진제공=농촌진흥청)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신선한 채소를 공급해줄 '식물공장'이 이달 아라온호를 통해 출항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식물공장 프로젝트는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농촌진흥청은 2010년에 이어 10년 만인 이달 말,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식물공장을 보낸다. 농진청은 극지연구소와 협력해 식물공장을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에 실어 보낼 준비를 마치고, 남극으로 출발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식물공장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이나 배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산위기에 처해있었다"며 "극지연구소의 과감한 결정으로 관련 절차가 속도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극 기지의 경우 여름철에는 칠레에서 공수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겨울철이 되면 운송수단이 없어 월동대원들은 거의 6개월 동안 채소를 먹을 수 없게 된다. 식물공장은 이 시기 대원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공급할 수 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에게 신선채소를 공급하게 될 식물공장은 국제규격인 40피트 컨테이너(12×2.4m) 형태로, 지난 2010년에 보내진 식물공장보다 규모가 커졌다.

여기에 발광다이오드(LED)를 인공광으로 이용해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이고, 빛의 세기를 식물의 종류와 생육단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재배환경 조절과 생육상황 영상을 원격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스마트팜 기술도 적용해 농진청 전문가와의 상담이 원활하도록 구성했고, 식물공장과 함께 월동연구대원들이 채소가 재배되는 광경을 투명창을 통해 볼 수 있도록 컨테이너형 휴게공간도 보낼 계획이다.

특히 이번 식물공장은 엽채류 외에도 기존에는 재배가 어려웠던 고추, 토마토, 오이, 애호박 등 과채류(열매채소)까지 동시에 재배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강성호 극지연구소 부소장은 “식물공장이 설치되면 엽채류 뿐만 아니라 과채류까지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대원들의 식생활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식물공장을 보내기에 앞서 식물공장 전문 산업체 주관으로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원들에게 신선채소 재배법도 교육했다. 엽채류와 과채류를 동시에 재배할 수 있는 식물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하루 1.5∼2㎏ 정도의 엽채류를 생산할 수 있다.

허태웅 농진청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남극이라는 특별한 곳에 우리의 기술과 경험을 담은 식물공장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상황이 좀 나아지면 전문가를 파견해 부족한 부분에 대한 기술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