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 신촌 종로학원 강북 본원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구내식당이 모처럼 활기를 뗬다. 그만큼 긴장감도 감돌았다. 등원 시 점검했던 체온과 손 소독, QR체크를 다시 한번 꼼꼼히 했고, 한쪽 방향으로 앉아서 식사하도록 하는 등 어느 때보다 방역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이날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300인 이상의 대형학원들이 55일 만에 영업을 재개했다. 오전 7시 10분부터 학생들이 한 줄로 서서 거리두기를 하며 출결과 발열 체크를 하며 등원했다.
김길재 종로학원 강북 본원 교무지원부 실장은 “거리 두기가 완화되더라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정부 지침에 따라 학원 곳곳에 손 소독제를 비치했다”며 “직원들이 오전 6시부터 출입구에서 입장하는 외부인마다 QR코드를 찍고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회시간인 7시 50분부터 8시까지 각 반 담임 선생들이 학생들의 건강체크 문답지를 진행했다”며 “오랜만에 등원이라 오늘은 5분 정도 여유 시간을 좀 더 뒀다”고 설명했다.
애초 수강생들이 다닥다닥 붙어 빼곡히 자리해야 했던 강의실은 방역 때문에 한 줄씩 띄어 앉아 비교적 한산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코끝까지 올려 쓰고 반가워할 겨를도 없이 자습과 수업에 집중했다.
수능을 세 번째 준비하고 있는 이은학(21·가명) 씨는 “혼자 원격강의로 공부하니까 집중도 잘 안 되고 힘들었는데 개강 소식을 듣자마자 경기도 일산에서 한걸음에 현장 수업에 나왔다”고 말했다.
은평구에서 통학한 김은호(20·가명) 씨 역시 “선생님이 대면으로 직접관리를 해주셨는데 관리가 안 되니까 리듬이 무너지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수능이 50일도 안 남았는데 질문도 바로바로 할 수 있어서 안정감이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원이 영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고등학교 3학년은 등교하는데, 재수생 등은 등원도 못 한다'는 불만도 줄어들 전망이다.
종로구에서 온 박려진(21·가명) 씨는 “고3 다수는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반면 재수생은 단지 300인 이상 학원에 다닌다는 이유로 등원하지 못했는데 (수능) 막판 스퍼트를 남긴 지금이라도 학원 문을 열어줘서 다행”이라며 “아무 생각 말고 수능 시간표대로 학원에서 공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영업이 재개된 서울 마포구 학원가 곳곳에는 빈 강의실도 엿보였다. 일부 학생들이 이미 온라인 강의로 이미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학원 관계자는 “일부 공무원 등 국가 기관 필기시험이 마무리되면서 앞으로 수강생들이 더 줄어들 것 같다”며 “학원들이 문을 닫은 사이에 학생들이 인터넷강의로 많이 전환해 거리두기가 완화돼도 다시 학원가가 살아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교육부는 전날 대형학원 운영에 대해 출입자의 명부 관리, 마스크 착용, 학생 간의 거리 유지 등 핵심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