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환율 급등과 정제마진 악화 등 여러 악재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SK에너지,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의 올 3분기 실적이 원유구입 방식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국제 유가가 7월 최고점을 찍은 뒤 8월과 9월 급락하면서 하역월 기준으로 원유도입을 하는 SK에너지는 상대적으로 수천억원의 수익을 얻은 반면 선적월 기준으로 원유를 도입하는 GS칼텍스는 비슷한 액수의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적으로 원유를 싼 가격에 들여온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은 '웃음'을 반면 비싸게 들여온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울상'을 짓게 된 것이다.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올 3분기 매출액 10조3505억원, 영업이익 688억원, 당기순손실 272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 2분기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LG그룹에서 분사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올 3분기 매출액은 4조522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574억원과 1522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영업손실을 입은 것은 지난 2001년 환율 급등과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정제마진이 악화된 이후 처음이다.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이 확대되고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석유화학부문의 정제마진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환율 급등으로 대규모 환차손이 발생하고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SK에너지는 올 3분기 매출액 14조3162억원, 영업이익 7330억원, 당기순이익 4718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 역시 매출액 7조160억원, 영업이익 4869억원, 당기순이익 1300억원으로 선방했다.
이처럼 환율 급등과 국제유가 하락, 정제마진 악화 등 악재 속에서도 정유사별로 실적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원유구입 방식에 따라 원유도입 비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SK에너지의 올 3분기 원유 구매량과 금액을 보면 7월 2419만2000배럴, 31억268만6000달러, 8월 2481만6000배럴, 29억6093만1000달러, 9월 2629만배럴, 27억8309만3000달러로 배럴당 7월엔 128.25달러, 8월 119.32달러, 9월 105.86달러에 구매했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 역시 7월 1618만9000배럴, 20억8006만달러, 8월 1849만8000배럴, 22억3878만달러, 9월 1339만3000배럴, 14억203만6000달러로 배럴당 각각 128.49달러, 121.03달러, 104.68달러에 구입했다.
반면 GS칼텍스는 7월 1945만5000배럴, 25억2489만9000달러, 8월 1785만6000배럴, 23억1768만5000달러, 9월 1844만5000배럴, 21억7630만달러로 배럴당 각각 129.78달러, 129.80달러, 117.99달러에 구입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배럴당 7월 129.50달러, 8월 131.64달러, 9월 111.71달러에 구입했다.
국제유가가 한달간 고공행진을 계속했던 7월에는 원유도입 비용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8월부터는 배럴당 10~12달러까지 벌어졌다. 원유를 도입하는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환율 급등으로 인해 더 많은 환차손을 입으면서 실적에 많은 차이를 보인 것이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유가가 급락할 때는 GS칼텍스와 같은 선적월 기준 방식이 손해를 보지만 반대로 유가 상승시에는 이익이 될 수 있다"며 "한번 체결된 계약을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바꾸는 것도 어려운 만큼 유가가 급락하거나 급등할 경우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유사별 실적 희비는 올 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이 13일 47.35달러를 기록하면서 8월과 9월에 이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환율도 급등과 정제마진 악화 등 악재들이 쌓여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세가 계속되고 정제마진이 악화되고 있어 올 4분기 역시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