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박성미 고대안암병원 교수 "낯선 폐동맥 고혈압, 조기 진단으로 생존율 끌어올려야"

입력 2020-10-14 15:53 수정 2020-10-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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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사진제공=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폐동맥 고혈압의 치료환경이 점점 개선되고 있습니다. 의료진을 신뢰하고 꾸준히 치료받으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박성미(사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국내 유일의 여성심장센터를 열어 폐동맥 고혈압 치료환경을 강화할 예정이다.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 혈압이 이유 없이 상승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흔히 알려진 고혈압과는 다르며, 일반적인 혈압 측정으로는 진단할 수 없는 낯선 병이다. 현재 국내 폐동맥 고혈압 환자 수는 1500명 정도로 집계되지만, 아직 진단을 받지 못한 환자까지 포함하면 최대 6000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여성에게 주로 발병하는데, 국내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80%는 40대 후반 이상의 여성으로 집계됐다.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진단까지만 평균 1.5년이 걸리며, 이후 올바른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평균 생존 기간이 3년이 채 안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 만성피로, 어지럼증이 있다. 모두 일반적인 증상이라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워 내원했을 때는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등산이나 계단 오르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할 때 쓰러질 정도의 어지러움과 함께 호흡 곤란이 느껴질 때 폐동맥 고혈압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박 교수는 "환자나 1차 진료 의사 모두 폐동맥 고혈압을 의심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질환"이라며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진단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3년 생존율은 56%에 불과하다. 95%인 일본이나 74%인 체코보다도 한참 뒤떨어진다. 일본이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데에는 정부와 의료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 미디어를 통해 폐동맥 고혈압이란 질환을 널리 알리고 다양한 전문약제의 적극적인 병용을 권장했으며, 연구에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폐동맥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 환자가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박 교수는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 협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적극적으로 동참해 질환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을 강화하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일본이나 영국처럼 전문치료 센터를 확대하고 진단과 치료 인프라를 구축하면 한국에서도 환자 생존율을 높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행성 질환인 폐동맥 고혈압은 치매나 고혈압처럼 꾸준한 치료와 증상 모니터링을 통한 질환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증상이나 치료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워서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이 많다. 환자가 병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지속적인 검사와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폐동맥 고혈압은 앞으로 증상 개선뿐만 아니라 완치가 치료 목표가 될 수 있는 분야"라며 "희망을 잃지 말고 전문 센터나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 계획을 세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심혈관시술실 내부 (사진제공=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심혈관시술실 내부 (사진제공=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팀은 심장학회 산하 여성심장질환연구회를 설립하고 여성심장질환에 대해 전국적인 레지스트리 연구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심혈관센터가 8월 최첨단 융복합센터 신관으로 이전하면서 박 교수를 주축으로 여성심장전문센터 개소를 준비 중이다.

박 교수는 "심혈관계 질환이 국내 여성 사망 원인 부동의 1위인 만큼 중증질환 환자들은 개인 맞춤형 전문화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여성심장전문센터는 최고의 여성심장질환 전문병원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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