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성실과 불성실의 아이러니

입력 2020-10-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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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회장

사무엘 맥코드 크로터스는 “완벽을 위해 노력한다 할지라도 그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불완전함이다. 너무도 다양한 방식으로 실패할 수 있는 우리의 다재다능함이 놀라울 뿐이다”라고 하였다. 202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루이즈 글릭은 그녀의 시 ‘애도’에서 당신이 갑자기 죽은 후에야 당신에 대한 평가가 비로소 일치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한 사람에 대한 평가, 그런 사람이란 존재가 야기하는 다양한 불완전성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러운 영역이다.

우리나라에는 한 번 사업에 실패한 기업가들의 재창업 지원을 평가하는 제도로 ‘성실경영평가’가 있다. 2016년 이 제도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의 취지는 ‘성실경영평가’란 말 그대로, 성실하게 실패한 사업가들을 가려내, 성실하게 사업하다가 어쩔 수 없이 실패했을 경우에는 채무를 조정하고 불이익한 신용정보를 조기에 삭제할수 있도록 하자는 게 취지였다.

그러나 2016년 7월 28일 이 제도가 주관부처인 중소기업청에서 고시될 때는, 성실 실패자를 판명하기 위한 실패 사유에 대한 평가 기준은 다 빠진 채 범죄경력, 기업경영 관련 법 위반 사실, 부도덕한 경영사실 존재 여부 등 기업 운영상의 ‘불성실 평가 기준’만 남았다.

10년도 더 오래전 발생했던 5만 원의 벌금 이력 등의 문제로 ‘성실경영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는 기업가들의 민원이 속출하자, 법령 위반 사실의 대상이 되는 기간을 한정짓는 조항이 포함된 개정이 2017년 10월 31일 고시되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이 더 추가돼 2019년 8월 5일 최종 고시된 조항이 그대로 확정됐다.

문제는 ‘성실경영평가’ 기준 중에 고의부도, 부정 수표 등의 기업경영 관련 위반 조항과 위장 폐업, 의도적 거래대금 체납, 재산도피, 채무면탈, 사해행위 등으로 규정된 부도덕한 경영사실에 대한 기준이 불합리하거나 애매한 기준으로 적용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사업에 실패해 발행한 어음이나 당좌수표를 결제하지 못하고 부도가 나면 부정수표단속법에 해당되는데 이 부정수표단속법에 저촉된 사람을 기업경영 관련, 법 위반을 한 것으로 규정하여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고, 기술을 탈취당한 채 거래처에서 대금을 받지 못해 자신의 거래처에 대금을 체납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도 부도덕 경영자로 적용해 ‘성실경영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는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이의 신청은 할 수 있지만, 필요시 당사자가 직접 출석하여 설명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다. 필요하지 않다고 평기기관이 판단하면 그 당사자는 직접 출석하여 소명할 기회조차 없다. ‘반드시’와 ‘필요시’의 법적 차이는 엄청난 간극이 있는 용어인 셈이다.

거기에다 ‘성실경영평가’를 하는 심사위원이나 평가위원, 그리고 그 위원회에 대한 규정을 정해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이의신청이 들어왔을 때 재심의를 하는 평가기관은 자체 성실 평가 운영위원회(이하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심의하도록만 규정어 있을 뿐이다. 즉 최초 ‘성실경영평가’를 수행한 똑같은 평가기관과 똑같은 심의위원들이 똑같은 기준으로 여전히 ‘성실경영평가’를 똑같이 통과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독소조항은 ‘성실경영평가의 이전 평가 결과를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반드시’는 ‘필요시’가 되고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성실한 사유는 불성실의 기준으로 뒤바뀐 채 절망은 더 이상 희망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쏟아져 나올 성실한 실패자들을 이제 어떡할 것인가. 조심스럽다고 더 이상 규제의 문을 걸어잠글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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