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기에서 공공이 민간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그 성격상 독과점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므로 공공 플랫폼에 대해 논의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반면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공공 플랫폼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타당성이 있다. 그렇다면 공공 플랫폼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성공 조건은 무엇일까.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글이 많으므로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 보자.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국경을 흐릿하게 하고, 이를 통해 부의 이동이 용이하게 된다. 한편으로 보면 거대한 부를 쌓을 수 있는 사업의 기회가 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앞으로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인데, 플랫폼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탁월한 대안이 된다. 기업의 빈익빈 부익부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공공 플랫폼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미 여러 지자체가 공공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중소 규모의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가 적으며, 오히려 복잡도를 늘려서 소비자가 외면하게 한다. 중소 규모 플랫폼으로는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는 것도 큰 문제다.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공공 플랫폼을 만들 것이 아니라, 국가 단위로 민관 협업 플랫폼 기업을 만들고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민관이 협업으로 공공 플랫폼을 만든다면 지속적 혁신이 가능할까?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상대적으로 모방이 쉬우므로 지속적 혁신이 필요하다. 기업이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8대 2의 법칙을 2대 8로 전환해야 한다. 개선과 혁신에 대한 투자비율을 각각 8대 2에서 2대 8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혁신투자 비율이 80%를 넘게 되면 조직의 성과평가 기준과 문화에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혁신과 기민성 및 변화에 대한 수용력이 높아야 한다. 그러한 거버넌스를 공공 플랫폼 기업에 정착시켜야 한다.
공공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플랫폼은 디지털을 타고 세계화되어야만 본격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공공 플랫폼이라고 세계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세계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출범 때부터 글로벌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구체적 비즈니스 모델과 이를 구현하는 디지털 시스템이 글로벌화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조직의 구성과 문화 또한 글로벌화에 적합해야 한다. 그런데 공공 플랫폼은 일정한 시장이 보장됨에 따라 그 시장에 안주할 위험이 있다. 공공 플랫폼이라 하더라도 디지털 플랫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와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결합됨에 따라 공공 플랫폼이 경쟁력을 빠르게 잃을 수도 있다. 구독경제는 일정한 비용을 주기적으로 지급하면 고객이 해당 상품과 관련한 전반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현재는 넷플릭스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미래는 테슬라의 무인자동차가 예가 된다. 제조업의 이익률이 줄어들고, 사물통신 등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며 정보의 복잡도가 늘어날수록 구독경제가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구독경제로의 전환은 디지털 전략의 고민이기도 하다. 공공 플랫폼 기업은 근본적 변화에 대응한 전환적 중장기 전략을 상시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은 공유되어야 한다. 플랫폼은 일종의 시장이다. 디지털 경제가 어떻게 진화할지 깊은 불확실성을 갖고 있는 현재, 공공 플랫폼은 우리 경제가 디지털 경제로 안정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전술한 여러 고민이 공공 플랫폼의 성공조건을 차분히 살피고 논의하고 채우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