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K-원격의료'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20-10-18 12:58 수정 2020-10-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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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바꿨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언택트(비대면)'가 전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헬스케어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시적·부분적으로만 전화 상담과 처방을 허용했다. 한시적으로 의료기관을 통한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환자들이 내원에 부담때문에 의료진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진료·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고령화 시대에 만성질환자나 거동이 어려운 노인의 편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원격의료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현행법상 원격의료가 불법이다. 정부와 여당은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의료법 개정 등 관련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일상화된 방역의 시대에는 비대면 진료 확대와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 발굴 등 보건의료 대책의 과감한 중심이동이 필요하다”며 원격의료 도입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의료계는 원격진료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원격진료 도입 시 대형 의료기관 쏠림 현상으로 개원의들이 줄폐업과 원격의료 과정에서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점 등을 반대 이유로 내세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시적·부분적으로만 전화 상담과 처방을 허용했다. 의료법 제34조 1항은 의료인(의사·치과의사·한의사만 해당)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컴퓨터·화상통신 등으로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을 원격의료로 정의하고 있다. 즉, 정작 필요한 의료진과 환자 간에는 원격의료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원격의료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의사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원격의료는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으나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진 적이 없다"면서 "원격의료 허용은 동네의원의 몰락과 기초 의료 인프라의 붕괴로 이어져 국민건강에 치명타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1차의료기관과 상급병원이 경증 환자 진료를 놓고도 경쟁을 벌이게 된다는 주장이다.

원격의료가 전면적으로 실시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대형 의료기관에 대한 쏠림 현상으로 개원의들이 줄폐업하면 오히려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원격의료 과정에서 기기 오작동이나 환자의 오류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지나친 경쟁으로 극단적인 영리 추구 형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의료계를 넘어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해외 각국은 원격의료 규제를 완화하면서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이 2025년 1305억 달러(약 150조원)로 예상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어 우리도 원격의료를 마냥 늦출 수만은 없다.

미국은 의료기관의 절반 이상이 원격의료를 제공하며, 연간 1억5000만 명 이상이 서비스를 받는다. 원격의료 역사가 20년이 넘은 일본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전면적인 온라인 진료를 허용하기로 했다. 의료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 아랍 국가들도 원격의료 시장에서만큼은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각오로 제도 정비와 지원에 몰두 중이다.

의료계에서는 원격진료의 단계적으로 허용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다른 나라에서는 원격의료 도입 문제가 아닌, 원격의료를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하는 단계로 갔다"라며 "만성질환 관리 등 직접 대면의 필요성이 적은 곳부터 우선 시작하고, 노인 시설, 취약지역, 교도소 등 상대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으로 적용하는 등 단계적으로 허용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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