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의 異見] 코로나 보다 무서운 전세난

입력 2020-10-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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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한번 미룬 결혼인데, 이번엔 전셋집이 문제네요."

내년 초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후배가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았다. 당초 올 여름에 결혼을 계획했던 후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일정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그나마 진정되자 다시 결혼을 진행하고 있다는 후배는 이번에는 전셋값이 복병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전셋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데다 그나마 매물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고 토로한 후배는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게 전셋값이다"며 씁쓸히 술잔을 기울였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통과 이후 지난 2달여간 전세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한다. 유례없는 전세난에 전셋집을 보기 위해 줄을 서고 가위바위보에 제비뽑기까지 했다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세 난민이 될 처지라니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현 정부가 앞세웠던 '서민주거안정' 기조가 뿌리채 흔들리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시장 불안의 원인이 정부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간 집값을 잡겠다고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부작용이 전세시장에서 터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찾아야 하는 법. 정부는 집값의 절반 이상을 대출 받아 수 십채의 집을 마련하고, 이를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투기꾼들이 집값 불안의 원인이라고 봤다.

틀린 말이 아니다. 이들을 규제해 실제 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겠다는 정부 정책의 방향도 큰 그림에서는 맞다.

문제는 시장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1주택자가 아닌 다주택자가 모두 투기꾼일 수 없고, 주택으로 얻은 시세 차익 역시 모두 불순하다고 볼 수는 없다. 무엇보다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부동산 시장에서 특정 지역의 매맷값만을 잡는다고 시장 전체가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의 편향된 인식은 정책 부작용을 불러왔다. 투기꾼을 잡겠다고 실거주 요건과 보유세를 강화하고 아파트매입임대사업자 제도를 폐기하자 전세시장의 공급 줄기가 막히면서 전세불안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 설익은 임대차법 도입까지 이어지면서 유례없는 전세난이 일어났다.

그런데 정부가 또 다시 추가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전세난과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정부의 대책 발표 예고에 시장은 벌써 겁(?)을 먹고 있다. 아무대책도 내놓지 않는 것이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책이 표준임대료 도입 혹은 신규 임대차 계약시 인상률 5% 제한, 임대차계약 최대 6년(3+3) 보장 등이다.

임대법의 혜택을 보고 있는 세입자들 마저 임대차법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전문가와 시장 관계자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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